달러지수 2년2개월만 최고…새해 시작부터 강달러 이어져

달러 가치가 새해 첫 거래일부터 급등했다.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등 올해도 미국 경제가 견고할 것이란 신호가 나온 영향이다. 미국 경제 호황은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을 유발하고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최근 안정을 찾은 원화 가치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1.8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1468.4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통해 원화값 하락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 오전 한때 1464.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전날 나타난 달러 초강세 여파로 끝내 상승 폭을 반납했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떨어진 원화값은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에 나서면 원화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보유한 해외자산의 일부를 매도한다.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엔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 각각 2807억원, 143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면 원화 수요가 늘어 원화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새해 달러 강세 이어간다

원화값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달러 강세는 지속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격을 반영하는 지수인 달러화 인덱스는 장중 109.55까지 치솟으면서 2022년 11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외환시장에서 유로화가 0.9% 하락하면서 1유로당 1.0261달러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인 달러화 인덱스도 함께 뛰었다. 달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대비 원화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대통령 탄핵이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변수로 인해 원화 가격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달러 강세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 고용지표까지 강세

중국·유럽 등의 경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홀로 경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 노동부는 최근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9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8개월 만에 최저치로, 시장예상치(22만2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1주일 넘게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 수도 줄어드는 등 미국 고용시장은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FT는 “미 고용시장 데이터가 투자자들의 확신을 고조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내 고용률 회복세가 유지될 경우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진,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 불안 등이 겹친 상황에서 미국만 질주하는 ‘미국 예외주의’(아메리칸 익셉션)가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라며 “달러를 견제할 통화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미국 물가상승률까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날 경우 강달러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 등으로 국내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된 건 다행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