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분당소방서 등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지하 5층 지상 8층의 연면적 2만5000여㎡ 규모인 대형 복합상가 BYC 빌딩에서 불이 난 건 지난 3일 오후 4시 37분쯤이었다. 1층 식당 주방에서 불이 시작돼 1시간 20분 만에 식당을 전소하며 모두 꺼졌다. 당시 건물 내 310명 중 35명만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크게 다친 이는 없었다.
① 층마다 닫힌 방화문과 제때 작동한 스프링클러
하지만 각 층의 방화문이 모두 닫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1층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 등 매연이 건물 전체로 빠르게 퍼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크게 줄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내부 사진에도 전소한 1층과 달리 2층에 일부 매연이 유입됐고, 다른 층은 연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불길이 2층으로도 번졌지만 2층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곧바로 작동해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소방서 관계자는 “화재로 발생하는 인명피해의 대부분은 매연 때문인데 모든 층의 방화문이 닫혀 있어서 매연 피해가 작았다”며 “불길이 번진 곳도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면서 초기에 진화됐다”고 말했다.
② 신고 4분 만에 대응 1단계 발령…신속한 소방 대응
소방당국이 대응 단계를 상향한 건 불이 난 건물 자체의 규모도 크지만 바로 옆에 분당선 야탑역이 있고 다른 대형 건물도 인접해 있는 등 자칫 대형 화재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소방에 접수된 신고 건수도 1148건에 이른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 안에 고립돼있다’는 신고가 계속 접수됐고, 유동 인구도 많은 곳이라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과 1㎞ 거리에 있는 야탑119 안전센터와 분당119 구조대가 먼저 도착해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서고, 인근 성남·광주·용인서부소방서에서 지원하면서 30분 만에 큰불을 잡았다. 현장에 동원된 소방관만 248명이고 펌프차, 고가 사다리차, 구급차 등 장비가 84개 동원됐다.
③ 상황실 지시에 차분한 대피, 성남시 등 유관 기관 도움도
신고를 접수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상황실 근무자들은 건물 도면 등을 검토해 지하 3층과 5층에 유독가스 등 연기 이동과 확산을 막는 제연 설비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헬스장 이용객 20여명은 지하 3층으로, 어린이 전용 수영장에 있던 30명은 지하 5층으로 차례로 이동시켰다. 어린이들은 수영 강사와 부모님 등의 지도로, 헬스장 이용객들도 서로 도우며 차분하게 대피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화재를 진압하는 동시에 구조 작업을 펼치면서 이들을 모두 구조했다.
상황실에선 일부 신고자들에게 옥상으로 대피할 것을 권했다. 사무실 안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유독가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틈을 막고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도록 한 뒤 구조를 기다리게 했다. 소방당국은 옥상에서 150명, 6층과 5층에서 각각 20명씩 구조했다. 50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춘 상황에서 신속한 구조대 투입·진압, 시민들의 협조가 기적을 만든 ‘재난대응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지난 4일 화재 현장을 감식하는 등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