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 출신 빅리거가 또 한 명 탄생했다. 키움 히어로즈 출신 내야수 김혜성(26)이 메이저리그(MLB) 명문 구단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해 3월 MLB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LA 다저스와의 평가전에서 2루타를 친 김혜성. 뉴스1
다저스는 4일(한국시간)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혜성과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84억원)에 계약했다. 2028년과 2029년에 2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도 포함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이어 "김혜성은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김혜성의 자리가 필요해 포수 디에고 카르타야를 방출 대기 조처했다"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2년'의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언론은 일제히 "김혜성이 2년 더 다저스에서 뛰면, 최대 2200만 달러(약 324억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김혜성은 MLB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역대 9번째 한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포스팅 계약 마감 시한을 약 3시간 남기고 극적으로 꿈을 이뤘다. 다저스에서 함께 뛰게 된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김혜성의 사진을 올리고 한글로 '환영합니다. 친구야'라고 적었다. 오타니와 김혜성은 같은 에이전트사(CAA 스포츠) 소속이다.
김혜성 영입을 발표한 다저스 구단의 SNS 환영 메시지. LA 다저스 인스타그램 캡처
김혜성은 2017년 친구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넥센(현 키움)에 입단했다. 그해 넥센의 1차 지명이 이정후, 2차 1라운드 지명이 김혜성이었다. 차근차근 성장한 김혜성은 2021년 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발돋움한 뒤 본격적으로 더 원대한 꿈을 키웠다. 지난해 말 일찌감치 키움의 포스팅 동의를 얻어 1년간 MLB 진출을 준비했다. 팀 선배였던 빅리거 김하성과 동기생 이정후는 그에게 최고의 롤모델이 됐다. 김하성은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3200만 달러, 이정후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각각 사인하면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둘은 지난해 11월 김혜성을 만나 소속팀 선택과 미국 생활의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기도 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다저스는 지난해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서울시리즈 평가전에서 김혜성이 보비 밀러를 상대로 2루타를 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또 김혜성이 최근 4년 연속 KBO 골든글러브(유격수 1회·2루수 3회)를 수상한 점도 높이 샀다. 브랜던 곰스 다저스 단장은 LA 타임스에 "김혜성은 서울에서 역동적인 운동 능력과 폭발력을 보여줬다"며 "특히 그는 '더블 플러스 러너(주루 능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다. 여러 포지션에서 좋은 수비를 할 수 있고, 타격에도 장점이 있다"고 호평했다.
2024 KBO 수비상을 수상한 김혜성. 연합뉴스
이제 김혜성은 빅리그 26인 로스터를 목표로 생존 경쟁을 시작한다. 다저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스타 군단'이다.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로 꼽히는 오타니를 포함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만 세 명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김혜성이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는 백업 요원을 맡게 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다저스 주전 유격수는 무키 베츠, 주전 2루수는 개빈 럭스가 유력하다. MLB닷컴은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 토미 현수 에드먼도 (김혜성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와 2루수로 뛸 수 있다"며 "김혜성은 테일러, 로하스와 역할이 겹친다"고 했다.
그래도 전망이 어둡진 않다. 다저스 간판스타 중 하나인 베츠와 달리 럭스의 입지는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 MLB네트워크는 "김혜성이 럭스와 9번 타자 2루수 자리를 놓고 선발 라인업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 달 중순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시작하는 첫 스프링캠프가 김혜성에게는 진짜 도전의 장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