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박기환베이커리'에 꽈배기 등 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
미식에 관심이 커진 요즘, 지역 곳곳의 숨겨진 베이커리를 찾는 이른바 ‘빵지순례’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많은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나눌 빵을 찾는다. 동반자(companion, 빵을 나누는 자)에 담긴 뜻처럼, 빵이 주는 달콤함과 고소함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다.
경북에는 43년간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베이커리 등 ‘노포 빵집’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북에서 2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노포 빵집은 네 곳 정도 꼽을 수 있다. 영덕에 있는 ‘마법의 빵’과 울릉군 ‘우산제과’, 의성군 ‘뉴욕베이커리’, 칠곡군 ‘박기환베이커리’ 등이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에서 영업 중인 '마법의 빵' 전경.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
이와 함께 대구·경북을 통틀어 유일하게 제과제빵 분야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이석원 대표가 운영하는 경주 ‘랑콩뜨레’도 빵지순례 필수 코스로 꼽을 만하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에 위치한 ‘마법의 빵’은 영덕대게거리와 가깝다. 이 때문에 대게를 먹고 디저트를 찾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2002년 영업을 시작해 역사가 20년이 넘었지만, 경북 지역 노포 빵집 중에서는 가장 ‘신상’이다. 이곳 대표 메뉴는 500원 크기 땅콩빵. 촉촉한 빵이 달달한 설탕 코팅으로 덮여 있다.
울릉도에는 ‘우산제과’가 있다. 울릉도에서 가장 동쪽에 있다. 1994년 처음 빵을 팔기 시작한 이 빵집은 30년의 세월 동안 빵을 팔아온 이력에 걸맞게 식빵부터 수제 과자까지 다양한 빵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장 동쪽에 위치한 빵집인 경북 울릉군 '우산제과' 모습.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
박춘자 우산제과 대표는 “생도너츠는 찹쌀을 직접 빻아 만드는데, 서울에서 온 젊은 관광객도 맛보고 반하는 맛”이라고 소개했다.
의성에는 43년간 같은 자리에서 영업 중인 ‘뉴욕베이커리’가 있다. 주력 메뉴는 매일 오전 6시부터 만드는 수제 쿠키와 의성 마늘로 만드는 마늘빵이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여름에 파는 팥빙수와 찹쌀떡이라고 한다.
이정태 뉴욕베이커리 대표는 “팥빙수와 찹쌀떡에 들어가는 팥은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라며 “여름에는 많은 이들이 찾아 지역 배달까지 직접 한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43년간 영업 중인 '뉴욕베이커리' 전경.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
경북 의성군에서 43년간 영업 중인 '뉴욕베이커리' 내부 모습.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
칠곡에는 30년 전통의 ‘박기환베이커리’가 있다. 인근 지자체인 대구와 김천·구미까지 단골을 보유하고 있는 이곳은 꽈배기부터 쌀빵·햄버거까지 다양한 빵을 갖췄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빵가루 찹쌀떡은 박기환 대표가 직접 농사지은 찹쌀로 만든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빵을 팔고 있는 박 대표는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학은 인내와 성실”이라고 강조했다.
경주의 ‘랑콩뜨레’는 지난해 8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제과제빵 분야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이석원 대표가 운영하는 빵집이다. 2008년 개업한 이곳은 전국의 빵 마니아에게 이미 ‘빵지순례 성지’코스로 이름이 났다.
경북 칠곡군의 대표적인 '노포 빵집'으로 꼽히는 박기환베이커리 입구 모습.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
랑콩뜨레는 콩을 이용한 유산균 배양 방법을 개발하는 등 '건강한 빵'을 지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도제식 학습, 청년인턴제, 일경험 프로그램, 사업주 훈련 등으로 지역 제빵업계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런 노포 빵집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관광객을 모을 계획이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20년 이상 제자리를 지켜온 지역 빵집을 소개하며 경북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사랑하는 가족·연인·친구들과 행복한 추억을 쌓길 바란다”며 “한 자리를 수십 년간 지켜주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함께 경북만의 특색있는 관광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제과제빵 명장으로 선정된 이석원 대표가 운영하는 경주 '랑콩뜨레' 모습.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