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한국의 지역별 반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3.3%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40.2%였던 것과 비교해 6.9%포인트 하락했다. 홍콩도 같은 기간 20.9%에서 18.4%로 감소했다. 홍콩으로 수출한 반도체의 90% 이상을 중국으로 다시 수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감소 폭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대만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2020년 6.4%에서 지난해 14.5%로 급증했다. 중국·홍콩에 이어 3위다. 베트남 역시 수출 비중 같은 기간 11.6%에서 12.9%로 증가했다. 2019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만들던 중국 후이저우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긴 영향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있었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 필수품이 된 AI 가속기는 엔비디아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AI 가속기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한국의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생산돼 대만 TSMC 공장으로 보내진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TSMC가 SK하이닉스에서 만든 HBM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하는 후공정(패키징)을 통해 완제품을 만들어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수출 대상국의 다변화 흐름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향후 한국 수출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CXMT·YMTC 등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져 레거시(범용) 제품군에서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시장을 중국에 뺏기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한다”며 “이미 중국이 저가형 반도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고급형 메모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