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사령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과 ‘부정선거 적발’을 목표로 선관위 장악 등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정보사 요원을 선관위 체포조로 선발하는 등 계엄의 기획과 실행 전반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문 사령관은 계엄을 석 달 앞두고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김용현 전 장관에 의해 경질 위기를 벗어나 석연치 않게 유임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계엄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 14일 문 사령관에게 “노 전 사령관 하는 일을 잘 도와라”고 지시했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대규모 탈북 징후가 있으니, 임무 수행을 잘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하라”고 지시했고, 문 사령관은 그해 10월 말쯤 정보사 소속 김봉규·정성욱 대령에게 “임무 수행 요원 15~20명씩을 선발해 보고하라”고 하달했다. 두 대령이 11월 중순쯤 문 사령관에게 보고한 요원 명단 30여명은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됐다.
정보사는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 등에서 선관위 장악 작전을 구체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일 경기 안산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과 김 대령, 정 대령을 만나 “조만간 계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인원들 대기 태세를 잘 유지하라”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선관위로 들어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우선 1개 팀이 먼저 선관위에 진입해 전산실을 지켜라” “(확보) 대상 명단은 나중에 주겠다” “대상자들은 한쪽에 모아둬라” 등의 구체적인 임무를 지시했다.
“인당 실탄 10발 챙겨서 선관위 대기”
동시에 문 사령관은 계엄 당일 오후 4시 30분쯤 북파공작원부대(HID) 5명을 포함해 36명의 요원으로 꾸려진 ‘선관위 체포조’를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로 긴급 소집해 “대통령이 오후 10시쯤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알렸다.
경·공·검·군 다 거친 문상호…수사권 경쟁 부작용
이에 경찰은 공수처법상 군검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수처 검사에게 관련 사건을 이첩했고, 공수처는 18일 문 사령관을 다시 체포했다. 공수처는 문 사령관을 구속수사한 뒤 26일 신병을 군검찰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현역 장성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이 없다. 군검찰은 이를 검찰 특수본에 파견된 군검사에게 배당했다. 문 사령관의 구속기한은 이날까지다.
검찰은 ‘롯데리아 회동’ ‘판교 회동’ 등 문 사령관의 계엄 사전 모의 의혹과 관련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문 사령관의 혐의 내용을 확정하려면 사실상 상급자였던 노 전 사령관과 다른 정보사 관계자들의 추가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4일 경찰로부터 노 전 사령관을 구속송치받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