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내림세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내수 불황도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12월 말 1.7%로 0.1%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28일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1.9%)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2일 경제정책방향에서 상정한 성장률 전망치(1.8%)에도 못 미친다.
IB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 2.1%에서 3분기 수출 감소를 확인한 직후인 10월 말 2.0%로 떨어진 뒤 12월 말까지 석 달 연속 내림세를 탔다.
지난 한 달 사이에는 JP모건이 1.7%에서 1.3%로, HSBC가 1.9%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IB 가운데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JP모건은 이번 보고서에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층 더 짙어진 내수 불황을 결정적 변수로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내수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공약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IB들은 한국의 올해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IB들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평균 1.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데, 이는 1953년 이후 처음이 된다.
외환위기 때는 1998년 -4.9%에서 이듬해 11.6%로 반등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009년 0.8%에서 이듬해 7.0%로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엔 2020년 -0.7%에서 이듬해 4.6%로 회복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