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수년째 유행하는 ‘킹산직(킹+생산직) 계급도’다. 킹산직이란 별명처럼 대기업 생산직을 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취업난 시대에 사무직에 못지않은 연봉과 복지는 물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두루 좋은 일자리로 꼽혀서다.
킹산직이 다시 화제로 떠오른 건 14일부터 모집하는 현대차 생산직 때문이다. 현대차는 킹산직의 대표주자다. 생산직 신입사원 초봉이 5000만원 이상이다. 특근수당·성과급까지 더하면 초봉이 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 매년 복지가 좋아지는 데다 정년 퇴직 후 계속 고용제(2년)까지 운용한다.
하지만 킹산직 계급도는 현실과 조금 다르다. 최상위 ‘S+급’에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이 포진해 있다. 이어 ‘S급’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한화케미칼, ‘A급’ HD현대인프라코어·포스코·동국제강, ‘B급’ 삼성전자·풍산, ‘C급’ LG전자·코오롱인더스트리·CJ제일제당·동원F&B 등이다.
업종별로 크게 보면 정유→자동차·화학→철강→전자→유통 순이다. 취업플랫폼 인크루트의 박광원 본부장은 “생산직 일자리인 만큼 사무직 취업 준비생에게 인기가 많은 정보기술(IT)이나 금융 기업은 빠진 제조업 중심”이라며“기업의 규모와 성장성, 최근 실적과도 무관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차상위권인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케미칼은 초봉이 5000만 원대로 엇비슷했다. 중장비 업체인 HD현대인프라코어 생산직 초봉은 5500만 원대다. 포스코는 생산직 초봉이 7400만원(성과급까지 포함)으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동국제강은 초봉 5000만 원대다. 재계 순위는 물론 사무직 직군에서 늘 선호도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삼성전자·LG전자 생산직도 초봉이 5000만 원대로 분석됐다.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연봉이 짰다. 생산직 초봉을 공개하지 않은 CJ제일제당은 동원F&B(초봉 3300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복지 포인트·의료비·자녀학자금·사택 지원 등 처우는 비슷했다.
생산직은 사무직과 달리, 연간 채용 규모가 수십명대에 그치거나 채용을 거르는 회사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정유업계는 채용 가뭄이 심하다. 대부분 지방에 있고, ‘4조 3교대’ 등 야간 근무를 하는 특성상 수도권 직장을 선호하는 20~30대에게 매력도가 떨어지는 면도 있다.
기아 생산직 김모(40)씨는 “킹산직이라고 하는데 지방 근무를 해보지 않고선 모른다”며 “근무지 바로 옆이 바다인 데다 주변은 논밭이라 도심으로 퇴근하는 데만 거의 2~3시간 걸린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생산직 박모(43)씨는 “생산직 문화가 굉장히 보수적이라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안맞을 수 있다”라며 “특히 여성은 잘 뽑지 않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일자리의 80% 이상을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만큼 대기업 생산직은 극소수에 해당하는 자리”라며 “젊은 층의 취업난이 극심한 만큼 킹산직을 선망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23년 10년만에 재개한 현대차 킹산직 채용 당시 경쟁률은 300대 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