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의자에 "인격 장애" 말한 경찰…인권위 "인권침해"

한국 경찰관이 휴식 시간을 달라는 다친 피의자를 조사하는 모습을 그려달라고 명령어를 입력해 생성한 셔터스톡 AI 생성형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한국 경찰관이 휴식 시간을 달라는 다친 피의자를 조사하는 모습을 그려달라고 명령어를 입력해 생성한 셔터스톡 AI 생성형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의자 조사 과정에 “공감 능력이 이상하다” “사회적 인격 장애”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수사준칙 규정이 보장하는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은 경찰 수사관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진정인 A씨가 대구북부서 B 수사관을 상대로 낸 진정 사건 조사 결과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B 수사관으로부터 지난해 7월 공동공갈 혐의 피의자로 피의 사실을 추궁당하는 과정에서 “공감 능력이 이상하다” “시간이 지나면 사회적 인격 장애로 변한다” “부정한 행동을 해놓고 떳떳하냐” “민사 걸면 박살 난다. 형사로 끝나는 게 아니다” 등과 같은 언행을 들었다며 같은 해 8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 “B 수사관의 발언은 피의사실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행으로서 조사내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나 위와 같은 일부 언행은 그 취지와 상관없이 부적절한 언행으로서 인권침해에 이를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A씨가 조사 당시 다리를 다쳐 봉합 수술을 받은 지 보름이 지난 시점에 2시간 30분 동안 피의자 조사를 받는 동안 중간에 5분간 휴식 시간만을 부여받은 데 대해서도 인권침해라고 봤다. “최소한 2시간마다 10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한 수사준칙을 위반함이 명백하고 나아가 피의자의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다.


대구북부서는 인권위의 진정 사건 조사 도중 B 수사관의 부적절한 발언 등을 확인하고 ‘주의’ 조치를 하고, 모든 수사 부서에 진정 사례를 전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말 “진정이 조사 과정에서 해결됐으므로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기각(조사중 해결)으로 종결했다.

이와 별도로 B 수사관은 A씨로부터 허위로 구속영장 신청서를 작성한 혐의 등(허위공문서작성, 직권남용감금미수)으로도 고소를 당해 대구강북서가 조사 중인 상태다. B 수사관이 작성한 구속영장 신청서에서 피의자 주거 부정 사유로 “부모를 상대로 피의자의 실거주지를 물어본바 피의자 A씨가 2년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아 모른다고 했다”고 적은 데 대해서다. 반면 대구지법은 지난해 11월 7일 “증거인멸 염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수사관이 집에 찾아왔다는 날짜에 피의자 부모는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파크골프대회에 참가하고자 3박 4일간 집을 비운 상태였다”며 “부모와 유대관계가 전혀 없다고 꾸며 피의자를 구속하려 한 이유가 인권 침해성 조사에 대한 인권위 진정과 수사관 기피 신청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구북부서는 A씨에 대한 인권침해, 영장 기재 착오 등을 모두 인정했다. 북부서 관계자는 “형사들이 부모를 만난 게 아니고 건물 관리인을 만난 건데 탐문한 수사관과 구속영장 신청서를 작성한 수사관이 달라 착오가 있었다”며 “인권위 판단에 대해선 B 수사관에게 주의 조치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