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때부터 내내 입에 올린 말이다. 그는 당선 후 처음으로 가진 NBC 방송 인터뷰(지난해 12월 8일 공개)에서도 “나는 관세를 크게 신봉한다. 그것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관세장벽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출범하는 ‘트럼프노믹스(트럼프ㆍTrump+경제학ㆍEconomics) 2.0’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이를 실행에 옮길 양대 축은 대외적으로는 보편관세, 대내적으로는 세금감면 정책으로 요약된다. 이 중 특히 보편관세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정 규모 이상 거래하는 교역 대상국, 나아가 글로벌 경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세계 각국이 초긴장 모드다.
트럼프노믹스 2.0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기조로 하며 감세, 규제 완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모든 면에서 더 세고 더 독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때는 중국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한 선택적 관세정책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동맹 및 우호적 파트너와 무관하게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보편관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1기 때는 반도체ㆍ배터리 등 첨단기술 산업 분야에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2기에서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며 인공지능(AI)ㆍ양자컴퓨팅 등 핵심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의 글로벌 기술 패권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적용하고 ▶멕시코ㆍ캐나다에 관세 25%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중국과 유럽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서 관세전쟁이 촉발되면 글로벌 교역 위축→한국 수출 감소→한국 경제성장 하방 압력 증가→한국 고용 감소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많다.
지난 3~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가 ‘트럼프노믹스 성토장’이 된 건 이런 배경에서다. 트럼프 집권 2기 경제 방향을 조망하는 이 자리에서 다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관세정책으로 생활필수품을 비롯한 소비재 물가가 오르고 국경강화 정책에 따른 이민자 인구 감소로 인건비가 치솟아 고질화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트럼프”라는 비난도 나왔다. 관세전쟁의 결말 단계에서는 미국 역시 승자보다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음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2기 경제ㆍ통상 라인은 전의를 다지며 관세전쟁에 뛰어들 태세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최근 폭스뉴스 기고문을 통해 “관세는 대통령의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며 “관세정책을 펼 때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 예고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노믹스가 꺼내든 ‘관세폭탄 무기화’ 전략에 세계 각국은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인접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 강화를 통한 불법 이민 단속책을 내놨다. 캐나다는 철강ㆍ가구 등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고율관세에는 보복관세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을 향해 고강도 통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크다. 고율관세를 지렛대 삼아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등을 요구해올 수도 있다.
다만 미ㆍ중 디커플링 속에 한국에 오히려 또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용주의적 거래 마인드의 트럼프 2기 정부와 접점을 잘 맞추면 한국이 ‘트럼프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경제안보와 제조업 재건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없어서는 안 되는 나라”라며 “조선ㆍ방산ㆍ바이오ㆍ반도체ㆍ배터리 등 분야에서 기술ㆍ제조 파트너가 필요한 미국으로선 한국이 ‘트럼프 파트너’로 불가결한 상황이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