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남겠냐" 묻자 북한군은 고개 끄덕였다…심문 동영상 공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생포한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 영어·우크라이나어와 함께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한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며 “처음 생포한 (북한) 병사들 외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병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세계 누구도 러시아 군대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군이 더 많은 것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북한 군사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이 전쟁에 대한 진실을 한글로 널리 알려 평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고 밝히며 이들의 모습과 군인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 등을 공개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X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X 캡처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생포한 북한군을 심문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했다. 심문은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통역을 통해 진행됐는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의 지원으로 심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된 영상에서 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운 채 조사받은 북한군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어?’라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휘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이 북한군은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 “1월 3일 (전선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부상당하고 (잡혔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자 이 북한군은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대답이 오자 이 북한군은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라고 물었고, 집에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턱에 붕대를 감은 다른 북한군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서 외신들은 SBU를 인용해 생포된 북한군이 각각 20세, 26세 젊은 병사로 키이우로 이송돼 심문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분석에 따르면 1만1000여명의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고, 러시아는 북한군 존재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