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한쪽 벌겋고 한쪽 퍼렇고 미친짓…자기 일이나 똑바로 해라"

1970년대부터 최고의 가수로 군림한 나훈아.

1970년대부터 최고의 가수로 군림한 나훈아.

가수 나훈아(78)가 은퇴 마지막 공연에서도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여러분(관객)이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 인정하겠다. 그런데 저것들(정치권)이 뭐라고 하는 건 내가 절대 용서 못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콘서트 도중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고 말한 뒤 민주당 인사들의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다시 받아친 것이다.

나훈아는 12일 공연을 끝으로 가수 인생 58년을 마무리 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대통령 11명을 거쳤다면서 대통령들의 사진을 대형 화면에 띄웠다. 나훈아는 "오래 노래한 것을 한 장면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생각한 게 이거다"라며 "박정희부터 윤석열까지 11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내가) 말을 안 들으니까"라며 "대통령 정도 되면 '오라고 하라'고 하는데, 나는 '왜 부르노' 하니 취급을 안 하더라"고 회상했다.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는 이날도 이어졌다. 나훈아는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막 그럽니다. 그래서 제가 '(왼쪽) 니는 잘했나!'라고 한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그래 (오른쪽도) 별로 잘한 게 없어' 이런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니는 잘했나' 이 얘기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걸로 또 딴지를 걸고 앉아있습니다. 오늘 마지막 공연이니까 속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국회의원인지 도지사인지 잘 들으십시오"라며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왼쪽) 니는 잘했나' 발언 이후,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평생 그 많은 사랑 받으면서도 세상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으면 갈 때도 입 닫고 그냥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인지 참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었다.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탄핵 시국 관련 발언은 아무리 팬이어도 동의하기 어렵다. 양비론으로 물타기할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나훈아는 "선거할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안 그래도 작은 땅에…"라고도 했다. 

나훈아의 마지막 콘서트. 연합뉴스

나훈아의 마지막 콘서트. 연합뉴스

나훈아는 매 공연마다 대표곡 중 하나인 '공'을 부르며 허심탄회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날도 지역 갈등과 자살률·저출산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그는 "1년 만 내게 시간을 주면 경상도 출신은 전라도에, 전라도 출신은 경상도에서 국회의원에 나가게 하는 법을 정하겠다. 동서화합이 돼야 한다. 우리 후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절대 안 된다"며 "갈라치긴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부산이 고향인 나훈아는 목포 출신인 남진씨와 비교되며 과거부터 지역 갈등을 직접 겪기도 했다.

나훈아는 끝으로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여러분의 '귓맛'이 웬만큼 까다로워야지. 히트 절대 쉽게 하는 게 아니다"며 "내가 술 마시고 놀았다면 '홍시'나 '테스형' 같은 노래가 절대 나올 수 없었다. 여러분이 내게는 스승"이라고 말했다.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무대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나훈아는 "나도 안 해본 것 해보고, 안 먹어본 것 먹어보고, 안 가본 곳 가보려 한다"며 "장 서는 날 막걸리와 빈대떡을 먹는 게 가장 하고 싶다.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