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마련해 7일부터 공동발의 서명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 당론으로 지정된 지역화폐법은 같은 해 9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고, 재정 여력이 충분한 지자체에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개정안엔 거부권 사유가 된 조항을 일부 수정했다. 먼저 지방자치체가 요청한 지원금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액 권한’이 추가됐다. 기존 법안엔 정부가 지역화폐와 관련된 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의무(15조 1항)만 담겼지만, 수정안엔 ‘지자체의 재정 능력을 고려해 중앙정부가 감액해 반영할 수 있다’(15조 5항)는 조항이 신설됐다. 지자체 재정 능력에 대한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해 정부의 재량권도 일부 보장했다.
그러나 법 시행 시기는 외려 못박았다.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을 ‘2025년 7월 1일 시행’으로 바꾼 것이다. 통상적인 법안 유예기간(6개월~1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지역화폐와 관련된 정부 시스템은 이미 다 마련돼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법적 근거를 빨리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에 재정 투입을 의무화하는 지역화폐법이 민생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란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단순히 밀어붙이기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이해 조정 능력이 있는 수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역점을 둔 대표적인 ‘이재명표 정책’이다. 이 대표는 15일 지방정부 비상행동 전국회의를 개최하고 지역화폐 예산 편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여당과 추경 논의를 해보고 진전이 없을 시, 지역화폐법으로라도 예산 편성을 의무화해 압박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여기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지역상품권 사업에 투입된 국가 예산은 총 3조3784억 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7월 “(재정 투입 의무화에 따라)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자체의 수가 증가해 추가 소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빚 폭탄’을 미래 세대에 던지는 법안”이라고 반발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법안까지 통과되면 얼마나 많은 돈을 국민이 감당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며 “시행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은 것부터가 이재명 대표의 여의도 대통령 놀이에 가깝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