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묶인 부산 산복도로 재개발하나…고도제한 풀린다

부산 동구 산복도로 일대 전경. 송봉근 기자

부산 동구 산복도로 일대 전경. 송봉근 기자

바다 조망과 도시 미관을 이유로 50년 넘게 고도 제한을 해왔던 부산 원도심과 산복도로 일대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부산시는 동구 망양로에서 서구 해돋이로까지 8.9㎞에 이르는 산복도로 고도지구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담은 ‘2030년 부산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이하 재정비안)’을 오는 15일 공개한다고 14일 밝혔다. 부산시는 다음 달 3일까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재정비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부산 고도지구 총 31곳 중 10곳 고도제한 폐지

현재 부산에는 동구·서구·중구·영도·부산진구 등 원도심 주변 23곳과 문화재 주변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 8곳 등 총 31곳이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다. 부산시가 바다 조망권과 도시 미관 확보,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1972년부터 지정해 왔다. 고도지구 안에서는 도시·군 관리 계획으로 정하는 높이를 초과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부산시가 지난해 9월 원도심 주변 4곳(수정1·2·3지구, 서대신지구)과 문화재 주변 지역 등에 지정된 고도지구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재정비안을 공개하자 대상에서 제외된 고도지구 주민이 반발했다. 결국 부산시는 지역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재정비안을 다시 마련하게 됐다.

부산시는 고도지구로 지정된 31곳 가운데 원도심 주변 10곳의 고도지구를 해제하는 방안을 담은 '2030 부산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을 오는 15일 공개한다. 사진 부산시

부산시는 고도지구로 지정된 31곳 가운데 원도심 주변 10곳의 고도지구를 해제하는 방안을 담은 '2030 부산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을 오는 15일 공개한다. 사진 부산시

변경된 재정비안에는 주민 반발이 심했던 원도심 산복도로(동구 망양로~서구 해돋이로) 가운데 고도지구로 지정된 6곳의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구역으로 보면 영주·동대신·부민·남부민·시민아파트·보수아파트 지구 등이다.  


부산시는 조화로운 개발을 위해 ‘경관 및 건축계획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건축물 높이와 배치, 주요 조망점 확보 등을 지침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고도 제한 해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구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추진되면 부산시가 주변 경관과 조화를 고려하되 규제 완화와 빠른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수정 1·2지구는 지난해 9월 계획했던 대로 북항 재개발 수정 축 일원 개발사업과 연계성을 고려해 향후 폐지할 방침이다.    

해제 지역 주민 환영…전문가들 “난개발 우려”

앞서 지난해 10월 부산 원도심 내 기초의회 의원들은 “1972년부터 원도심 고도지구는 초고층 건물로 인해 조망권이 훼손됐고,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방치해 주민 재산권 침해가 극대화됐다”며 “노후 주택과 빈집 증가, 인구 소멸까지 부추기는 산복도로 고도지구를 전면 폐지해달라”고 촉구해왔다. 

변경된 재정비안이 발표되자 지역 주민은 환영했다. 부산 중구 영주동에 사는 김모(58) 씨는 “2층짜리 오래된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데 고도제한에 묶여서 재개발이 요원했다”며 “규제가 풀리면 용적률이 올라가니 재개발에 나서는 건설사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난개발을 부추기고, 고층 아파트 일변도 개발로 원주민을 내쫓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태정 동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산복도로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자기 분담금을 낼 수 없어 결국 쫓겨날 것”이라며 “고도제한 해제로 양적 물량만 늘리는 정책은 난개발을 부추기는 만큼 질적으로 도시 환경을 높이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