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빙판길 만든 ‘블랙아이스’…44중·43중·18중 추돌 사고

밤사이에 내린 눈과 비로 도로가 결빙되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도로에 살얼음이 낀 이른바 ‘블랙아이스’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14일 오전 6시40분쯤 경기 고양시 서울문산고속도로 흥도IC 인근 도로에서 차량 18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4일 오전 6시40분쯤 경기 고양시 서울문산고속도로 흥도IC 인근 도로에서 차량 18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만 2건…수도권 곳곳서 다중 추돌 사고  

14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에 있는 자유로와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만 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05대 차량이 다중 추돌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5시 15분쯤에는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트럭과 버스, 승용차 등 차량 44대가 잇달아 추돌했다. 6중 추돌 5건, 3중 추돌 1건, 2중 추돌 6건, 단독사고 5건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16t 화물차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오전 5시50분에는 고양시 덕양구 서울문산고속도로 문산 방향 남고양분기점 인근에서 차량 43대가 추돌해 1명이 중상을 입고 12명이 다쳤다. 오전 6시 40분엔 같은 도로 파주 방향 흥도 IC 인근 도로에서 차량 18대가 추돌해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14일 오전 5시 15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44대 연쇄 추돌 사고로 트럭과 승용차 등이 뒤엉켜 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4일 오전 5시 15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44대 연쇄 추돌 사고로 트럭과 승용차 등이 뒤엉켜 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같은 날 오전 5시 30분쯤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한 도로에서도 화물차와 승합차 등 7대가 연쇄 추돌해 2명이 다쳤고, 오전 6시 35분엔 안산시 상록구 양상동의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차량 7대가 서로 부딪히면서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 8시 5분쯤엔 화성시 오산동과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서 각각 10중, 5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도 오전 8시 8분쯤 1t 트럭이 차량 2대를 추돌해 1명이 다쳤다. 이 과정에서 트럭이 인근 상가 1층을 들이받았다. 노원구 마들로 월계역 입구→녹천중교 방면 월계 2지하차도에선 도로 결빙으로 4곳에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차량 총 18대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국회대로에서는 1t 트럭이 차량 2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나 50대 남성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트럭은 인근 건물 1층 벽면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장서윤 기자

14일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국회대로에서는 1t 트럭이 차량 2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나 50대 남성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트럭은 인근 건물 1층 벽면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장서윤 기자

 
이들 사고로 일부 지역은 도로 전체가 전면 통제되면서 출근길 큰 혼잡이 빚어졌다. 
당국은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결빙 구간에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블랙아이스’ 원인…운전자가 서행하는 등 주의해야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전날 내린 눈·비와 한파로 인해 생긴 ‘블랙아이스’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경기도는 이날 아침까지 일부 지역에서 눈과 비가 내렸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영상 1도를 기록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블랙아이스는 매연이나 먼지와 엉겨 붙으면 아스팔트와 같은 색이라 맨눈으로 식별이 쉽지 않고, 갑작스러운 제동이나 방향 전환 시 차량 제어가 힘들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터널 출입구나 고가도로, 그늘진 커브길 등은 도로 표면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에 주요 위험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 지역 지자체도 전날 제설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눈이나 한파 등 결빙이 우려되면 전날부터 제설작업을 한다”며 “제설 작업을 했는데도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 만큼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이날 오전 6시40분쯤 ‘도로 결빙과 눈 쌓임으로 교통안전 등 출근길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냈다.

김주원 기자.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김주원 기자.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안전 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희 한국도로교통공단(안전교육부) 교수는 “블랙아이스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많이 간과한다”며 “결빙을 막기 위해 도로에 열선을 까는 등 시설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운전자들이 서행하고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차량 간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등 안전 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