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북한 자강도 강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수 발을 포착했다”며 “북한 미사일은 250여㎞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모두 두 발로, 북한이 수시로 표적지로 삼는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 방향으로 향했다고 한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이 KN-23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북한판 에이태큼스(KN-24)·600㎜ 초대형방사포(KN-25)로 이뤄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종 세트' 중 하나다.
군 관계자는 “탄종과 항적 등 제원을 종합하면 기존 SRBM 발사와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면서도 “사거리 300㎞ 이하인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새 무기체계 시험보다는 정치적 의도를 띤 도발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북한의 SRBM 발사는 미 대선 당일인 지난해 11월 5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발사 장소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군 관계자는 “강계는 각종 미사일과 이동식발사대(TEL)가 생산·조립되는 군수공장 밀집 지역이지만, 이곳 일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강계가 위치한 자강도에 지난해 7월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점도 예사롭지 않다.
당시 군 안팎에선 군수공장도 침수 등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관련 시설의 복구가 완료된 뒤 정상 가동을 강조하는 의미로 장소를 선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군수공장의 정상 가동은 대러시아 수출과도 맞닿아있다. KN-23 등 북한제 SRBM 구매국인 러시아를 향해 양산은 물론 수출을 위한 테스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러시아 수출로 본진에 SRBM을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한·미의 시각을 반박하기 위해 이번 발사가 기획됐다는 시각도 있다. SRBM 발사임에도 김정은 참관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그래서다.
일각에선 북한군이 기습적인 발사훈련을 벌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연말부터 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발사를 준비하던 북한은 지난 6일 평양에서 해당 미사일을 쏜 후 비슷한 지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도 꺼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날 “북한이 IRBM 이상급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며 “ICBM 발사를 위해 뭔가가 움직이는 동향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중·장거리급 미사일을 앞세워 한·미의 시선을 분산시킨 후 약 200㎞ 떨어진 곳에서 성동격서식 도발로 기습 공격 능력을 확인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