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대장 딸기∙국민반찬 김, 수출 탓 가격 폭등? 반은 틀렸다

겨울철 대표 과일 딸기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 반찬인 김의 가격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딸기와 김은 국산 농수산물 중 수출이 많은 대표적인 품목이다. 일각에서는 수출 증가로 국내에 풀리는 물량이 적어지면서 소매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나온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딸기 소매가격은 100g당 2312원(13일 기준)이다. 12월 초 첫 출하 때 3000원으로 출발해 연말 성수기를 지나며 가격이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15%가량 비싸다. 10년 전인 2015년(12월)엔 1431원이었고, 2021년부터 2000원대에 진입해, 지난해 12월엔 2730원대까지 올랐다.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딸기를 고르고 있다. 뉴스1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딸기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이 기간 수출도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3218만 달러였던 딸기 수출액은 8년 만인 지난해 6786만 달러(한화 약 1000억원)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싱가포르∙홍콩 등 소득 수준이 높은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 딸기에 대한 인기가 많아서다.

하지만 수출 증가가 소매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출량이 늘고 있지만, 전체 생산량의 5%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신지영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장은 “출하 시기에 따라 단기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아직은 수출 비중이 작아 가격과 연결하기엔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딸기 가격 상승의 큰 원인은 생산량 감소다. 국내 딸기 생산량은 2019년 23만4000t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이후 20만t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이상고온 등 날씨도 문제였다. 신 과장은 “딸기 모종은 보통 8~9월쯤 심는데 지난해엔 폭염으로 모종이 폐사해 다시 심은 농가가 많았다”며 “이게 출하 초기인 12월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탄탄한 수요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딸기는 최근 3년간 대형마트에서 전체 과일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판매액 기준으로는 딸기가 ‘과일의 대장’인 셈이다. 생과로도 많이 먹지만 가공식품 재료로도 널리 쓰이는데 예컨대 딸기 케이크만 해도 연말연시 수요가 급증한다.

반면 김 가격이 최근 치솟은 건 수출의 영향을 배제하기 힘들다. 마른김(중품)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1513원(13일 기준)인데, 1년 전(1054원)보다 43.5% 급등했다. 

2010년 1억1000만 달러였던 김 수출액은 2023년 7억9000만 달러(한화 1조1560억원)로 618%나 증가했다. 수산식품 단일 품목이 수출액 1조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최근엔 북미와 중동 등으로 수출지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김 소비 비중은 2020년까지만 해도 내수가 55%, 수출이 45%였다. 하지만 2021년 수출이 역전했고, 2023년엔 수출 비중이 약 63%까지 치솟았다. 수출이 워낙 잘 되다 보니 국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한다. 

김 생산을 늘리는 게 대안이지만 당장은 쉽지 않다. 영세한 김 양식 어가가 많고, 인력 고령화도 심각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다만 새해 들어 김값은 서서히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홍래형 해수부 수산정책관은 “마른김을 만드는 물김의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1월 말쯤 마른김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