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8월 인터넷 ‘고액 알바’ 게시판에 총 4차례에 걸쳐 “공격수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공격수’는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노려 보험사기 공모자를 구하는 글을 직접 올린 것이다. A씨는 실제로 게시판 글을 보고 연락한 B씨와 함께 짜고, 자동차를 뒤에서 고의로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타냈다.
14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공모자를 구하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기획 조사를 벌여, 혐의자 19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결과 이들은 총 24건의 자동차 고의사고를 일으켜, 약 2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게시판 글을 보고 보험사기에 가담한 사람들은 전체 보험금의 약 20~30% 정도를 수익금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으로 만난 보험사기 공모자들은 A씨 사례처럼 서로 짜고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노려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실제 C씨는 보험사기 광고 글을 통해 D씨를 섭외한 뒤, 진로 변경을 위반해 직진하는 차량만 노려 고의 사고를 내 보험금을 받아냈다.
금감원이 보험사기 일당을 적발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법 개정으로 보험사기의 알선·유인·권유·광고 행위까지 금지되면서, 인터넷에 보험사기 모집 글만 올려도 조사가 가능해졌다. 특히 개정법에 따라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자료요청도 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후 금감원은 물론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보험사기 알선 행위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혐의자 총 380여명을 확인해, 관할 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금감원은 “특별법 시행 이후 ‘공격수 구합니다’, ‘보험빵 구함’ 등 보험사기 알선 행위와 관련한 광고 글이 최근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자의 할증 보험료 환급 절차도 빨라졌다. 그간 보험사에서 관행적으로 하던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 고지가 법으로 의무화되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보험사기 피해자 877명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해 총 2억3000만원의 할증 보험료를 돌려줬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중고차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업자가 공모해 중고차 성능 책임보험금을 빼돌린다는 제보를 받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암 진단서 등을 위·변조해 관련 보험금을 편취하는 보험사기 의심 사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정법에 따라 처벌 근거가 마련된 보험사기 알선 행위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능화·조직화하는 신종 보험사기 수법에 대해서는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