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최소 두번 내린다더니…"오히려 인상 국면" 전망 나왔다

새해 들어 글로벌 IB들이 잇따라 미국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 전망을 하향 조정했거나 인하 예상 시점을 연기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새해 들어 글로벌 IB들이 잇따라 미국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 전망을 하향 조정했거나 인하 예상 시점을 연기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연초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미국의 올해 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다시 쓰고 있다. 예상보다 뜨거운 고용과 물가에 돈을 풀 이유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악몽' 우려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14일 국제금융센터 따르면 미국 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지난달 끝났고, 오히려 인상으로 기울어졌다”고 전망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적어도 두 차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던 시나리오를 수정한 것이다. BoA 전망대로 금리를 장기간 동결하거나 인상으로 돌아서면 미국은 연 4.5% 이상(상단) ‘고금리 시대’가 이어진다. 앞으로 한국(연 3%)과의 금리 격차는 1.5% 이상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하 또는 동결을 놓고 고민 중인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욱 꼬이게 된다.

BoA뿐이 아니다. 새해 들어 주요 글로벌 IB들이 잇따라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하향 조정했거나 인하 예상 시점을 연기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올해 3차례(3ㆍ6ㆍ9월) 인하 전망 횟수를  상ㆍ하반기 한 번씩, 2차례 인하로 축소했다. 바클레이스는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인하 시점도 1분기에서 2분기로 늦췄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IB들이 기준금리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이유가 있다. Fed가 통화정책을 짤 때 중요하게 꼽는 ‘물가와 성장(고용)’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가장 큰 불씨는 ‘깜짝 고용지표’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25만6000명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장 예상치(15만5000명)를 크게 웃돈 데다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BoA는 “탄력적인 노동시장을 고려할 때 (Fed가) 추가로 금리를 낮출 이유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점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에 따르면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하위 지수인 서비스업 가격지수가 지난달 64.4로 나타났다.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체 19개 서비스 업종 가운데 15개 업종에서 비용(물가)이 오른 영향이다. 시장의 관심은 15일(한국시간) 발표할 지난달 소비자물가(CPI)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CPI가 1년 전보다 2.9%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월(2.7%)보다 0.2%포인트 높다. 예상치에 부합할 경우 CPI는 석 달 연속 증가 폭이 커진다. 시장에선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원과 동일하게 3.3%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BoA는 “노동시장이 견조하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굳어질 경우 Fed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Fed 위원들의 매파(통화긴축 성향)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미셸 보먼 이사는 최근 “지난해 12월 금리 인하 결정은 정책조정 단계에서 마지막 조치를 나타낸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중단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인 2%를 상회한 데다 둔화세 진전이 지난해 멈췄다”며 “(통화정책 조정에 있어)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미국이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동결을 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한국시간으로 14일 97.4%에 이른다. 일주일 전(93.6%)보다 더 높다. 1월에 이어 3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같은 기간 61.8%에서 77.9%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