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하청 잠수부' 유족, 원청·하청 고소… "모두가 방치했다"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작업을 하다 숨진 김기범씨. 유족 제공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작업을 하다 숨진 김기범씨. 유족 제공

조선소에서 선박 하부 검사를 하다 숨진 20대 잠수부 노동자 유족이 엄중 처벌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원청 대기업은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보상은 하청업체가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고, 하청업체 대표는 사고 이후 잠적한 상태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의택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와 법인, 하청업체 대한마린산업 대표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원청·하청 대표는 지난 10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도 울산해경에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다.

유족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원·하청의 방치와 수수방관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잠수부 경력이 6개월밖에 되지 않는 고인을 비롯해 관련 경력이 거의 없는 사회초년생 3명에게 안전보건 조치나 안전교육은 전혀 하지 않고 업무를 지시했다"며 "원청인 HD현대미포도 하청업체가 알아서 안전 관리를 할 것이라며 어떤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0일 김씨 구조 작업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김씨 구조 작업 현장. 연합뉴스

유족 측 설명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입수 위치나 잠수 방법 등 실무적인 결정도 20대 초반의 잠수부들이 하게 했다. 하청업체 대표가 고인의 동료에게 '고인이 마음대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진술해달라고 종용한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HD현대미포 울산 조선소에서 22살 김기범씨가 숨진 채 인양됐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14분 동료와 함께 잠수해 1시간 동안 선박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했다. 이후 육상에 복귀했다가 8분 만에 2차 잠수를 했다. 수중 카메라로 작업 내용을 촬영하려는 목적이었는데 2인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단독 입수했다.


하청업체 측은 입수 1시간 반이 지나서야 김씨의 미복귀를 인지했다고 한다. 소방 당국이 오후 4시쯤 김씨를 구조했지만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 김씨는 생전 해군특수전전단(UDT) 입대를 위해 잠수자격증을 취득하고 조선소 일을 해왔다. 하지만 입사 3개월 만에 사망했다.

 
잠수부가 산소통을 휴대해 호흡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할 때는 '2인1조'가 의무 사항이다. 작업자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감시인도 현장에 배치돼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해경은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