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가 ‘평양 무인기 침투’를 외환유치로 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적극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당시 지휘 라인이 엇갈린 증언을 하기도 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선 윤석열 정부가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하는 방식 등으로 외환유치를 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9일 내란특검법안을 재발의하며 무인기 침투, 대북확성기 가동,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등 외환 혐의를 수사 대상에 넣었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특위에 출석해 “북풍이라든가 외환유치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런 준비를 하거나 계획을 한 정황은 절대 없다”며 “제 직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환’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외환유치죄 수사 가능성과 관련해선 “군사 작전은 절대 조사나 수사의 개념이 아니라 지휘관의 판단과 결심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수사를 통해 군사 작전의 의도 등이 공개되면 이후 작전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모든 정보가 유출되면, 제 카드가 노출되면 작전적으로 이용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에 대해 군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모호성 전략’을 유지하는 데 대해서도 “김정은 돈을 가지고 확인해야 할 것을 우리가 왜 스스로 확인해주느냐”고 했다. 김 의장은 “2022년 말 수 대의 무인기가 수도권에 들어와 남남 갈등을 일으켰다. 이것은 북풍인가, 남풍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김 의장의 이런 반박에 여야는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법부, 입법부까지 다 짓밟고 영구 집권하려는 데 우리 군이 이용됐다”며 “걸핏하면 뭘 잘했다고 직을 걸겠다고 하느냐”고 했다. 반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군의 정상적인 활동이 자꾸 계엄 예비 조치로 의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특위에 참석한 군 지휘관들은 계엄과 관련한 증언을 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시가 행진을 마친 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 등과 식사하던 중 ‘계엄’이 언급됐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이 될 상황도 아니고, 될 수도 없고, 특전사 대원들도 안 따른다”고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이 “대대급 이하 강하 수당을 빨리 올려주라고 윤 대통령이 직접 말했다”고 언급했던 사실도 밝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근을 준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민간인을 향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군이 18만발 이상의 탄약을 갖고 출동 대기한 사실을 언급하며 곽 사령관에게 “서울을 제2의 광주로 만들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곽 사령관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공포탄만 개인이 휴대하고, 나머지 개인화기 실탄은 통합 보관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 해제 직후인) 지난달 4일 오전 1시 30분쯤 합참 결심지원실에 윤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제2, 제3의 비상계엄 얘기가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박 총장은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계엄 당시 상황에 대한 엇갈린 진술도 나왔다. 박 총장은 ‘12월 4일 새벽 2시경 수도방위사령부를 통한 추가 출동 파악 지시’와 관련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수방사 작전과장(중령)은 “출동 가용 인원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합참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야당은 군이 사건 은폐를 시도한다는 의혹 제기도 했다. 정보사령부가 “비상계엄 선포 2시간 전에 출발해 정부 청사 인근에 대기하다가 비상계엄 발표 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병력을) 투입했다. 판교에 있는 부대에서는 38명이 선포 약 2시간 30분 전부터 소집돼 추가 투입을 준비했다”고 보고하자 민주당 소속 안규백 특위 위원장이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검찰 자료를 보면 선관위에 도착한 시간이 23시 30분이 아니라 17시경으로 나와 있다”며 “정보사에서 허위보고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