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갈라진 여야가 12·3 비상계엄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의 정보 유통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자체 파출소를 꾸리고, 국민의힘은 진짜뉴스를 찾겠다며 발굴단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를 신고하는 플랫폼 ‘민주파출소’를 지난 6일부터 운영 중이다. 당 국민소통위원회(위원장 전용기)가 운영하는 해당 플랫폼은 ‘minjoopolice’라는 웹 주소를 쓰고, 접속을 하면 파란 바탕에 지직거리는 화면이 번쩍이며 흡사 경찰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접속한 느낌이 든다. 신고가 접수돼 허위 정보로 의심되면 ‘유치장’으로, 허위 정보로 확정되면 ‘교도소’에 가두는 식으로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민주파출소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건 지난 10일 이 사이트 운영을 주도하는 전용기 의원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방송을 한 보수 유튜버들을 내란 선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히면서였다. 전 의원이 “카카오톡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 나르는 것은 내란 선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게 후폭풍을 일으킨 것이다. 국민의힘은 “카톡 검열”이라고 반발하며 전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14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날부터 소속 의원들이 민주파출소에 자신을 ‘셀프 제보’하는 ‘내란선전죄, 나를 고발하라’ 캠페인을 시작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신고하는 사진을 올린 뒤 “국민의 정당한 항의가 민주당의 억압적 조치에 가로막히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적었다다. 국민의힘 미디어국 관계자는 “민주파출소에 자신을 신고해달라는 당원들의 요청이 엄청 들어왔다”며 “파출소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적극 신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자신을 ‘셀프 신고’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대응은 적극적으로 하는 게 맞다”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카톡 검열’이란 표현은 맞지 않다”면서도 “다른 건 몰라도 내란에 대해 선전·선동하는 문제에 대해선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에 대해서는 계속 고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명할 테면 하라.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멈추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민주파출소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역시 최근 가짜뉴스 발굴에 적극적이다. 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언론사 뉴스 모니터링을 통해 당에 비판적인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꾸준히 내고 있다. 12일에는 한 방송사를 향해 “탄핵 찬반 집회 보도를 하면서 해괴한 편집으로 탄핵 찬성 집회가 더 많아 보이도록 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계엄 사태 이후 당에 유리한 정보를 홍보하는 조직인 ‘진짜뉴스발굴단’도 꾸렸다. 각 의원실에서 제보하면 미디어국에서 공유할 만한 정보를 골라 배포하는 형식이다. 그런 식으로 선정된 진짜뉴스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40%는 진짜뉴스”(7일), “미국 정부방송 VOA(미국의소리),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 시 트럼프가 경고할 것’”(12일) 등이다.
야권에선 “진짜뉴스발굴단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양산한다”고 비판한다. 9일 진짜뉴스발굴단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신화통신 등 외신과 비밀회동을 했다. 중국 특파원들은 중국 공산당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 대표와의 대화 내용은 그대로 중국 정부에 보고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미국 CNN방송, 일본 NHK방송 등 외신 기자들도 반발했고, 공동 성명을 통해 “지극히 정상적인 취재활동의 일환이었다”라고 반박했다. 진짜뉴스발굴단은 지난달 27일엔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발포 명령을 했다는 건 허위사실’이란 취지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 입장문을 그대로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가 “계엄 옹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야의 공격적인 장외 여론전 배경엔 탄핵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린 국민 여론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와 유튜브 등의 활성활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해장국 저널리즘’이 판치고 있고, 거대 정당 또한 이 흐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임박해 사실상 “조기 대선 전초전”이란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진영 싸움이 결과적으로 대선 승부의 핵심 변수인 중도층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14일 라디오에서 민주파출소에 대해 “오히려 점수 못 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과도한 행보에 대해선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