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만이다.
지난 43일간 군·경찰 주요 피의자 9명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공범들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의 이름이 각각 95차례 등장한다. 지난 한 달여간 김용현 전 장관 등 측근들 조사가 끝난 만큼, 윤 대통령 조사도 앞서 확보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기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혐의① 구체적 폭동 행위…“총 쏴서라도 들어가서 끌어내”
내란 혐의로 기소된 다른 피의자들의 혐의는 크게 ▶비상계엄 사전 모의 및 준비 ▶하자 있는 국무회의 심의 및 비상계엄의 선포 ▶구체적 폭동 행위 등으로 구성된다.
검찰은 계엄령 선포 직후 벌어졌던 국회 진입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등을 ‘구체적 폭동 행위’로 규정했다. 국회의원·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조 편성, 중앙선관위 점거 및 서버 반출 시도 등도 이 항목에 포함됐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내린 지시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계엄이 발생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30분쯤부터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했다고 한다. 4일 0시30분쯤에는 현장에 나가 있던 이진우 사령관에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며 재차 지시했다.
국회에서 오전 1시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후에도 윤 대통령은 계속 국회 진입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혐의② 비상계엄 사전 모의…작년 3월부터 ‘비상대권’ 언급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처음 언급한 건 지난해 3월 말~4월 초 대통령 안가에서다. 김 전 장관(당시 경호처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과 함께 식사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시국을)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후 김 전 장관과 사령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7~8차례 ‘비상대권’ ‘비상조치권’ 등을 언급했다.
김 전 장관은 11월 24일 윤 대통령과 독대한 후로는 대통령이 조만간 계엄을 결심할 걸로 보고 계엄선포문·대국민 담화문·포고령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 윤 대통령은 “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나. 필요한 게 뭔가”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미리 준비했던 계엄 선포문 등을 보고했다.
혐의③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진 국무회의 심의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11명이 모이자 “지금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며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고 말한 뒤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오후 10시 23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법과 헌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구성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검찰은 이날 회의가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만 있을 뿐, 실질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포고령 1호 역시 위법·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제1항은 “헌법상 입법권을 가지는 국회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켜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의 통치구조와 체제를 파괴 또는 변혁시키려는 것”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다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런 관계인들의 공소장에 대해 “오염된 진술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방적 나열이고 증거 없는 진술뿐인 공소장”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체포되더라도 공수처 조사에는 진술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내란 혐의 수사가 더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윤 대통령을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는 이재승 차장검사(사법연수원 30기)가 직접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