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담 덜 해롭다? "대사증후군 최대 3.2배, 금연이 답"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이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이 판매되고 있다. 뉴스1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위험이 비사용자보다 최대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덜 해로운 담배'로 홍보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건강 위해성이 일반 담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주대의료원·이대서울병원·미국 콜로라도대 공동연구팀은 15일 이러한 연구 내용을 국제학술지 '담배로 인한 질병'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의학연구소(KMI)에서 건강검진 받은 17만8004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3년 이상 사용률은 남성의 2%, 여성의 0.2%로 나왔다. 연구팀은 2019년 건강검진 당시 건강에 이상 없었던 사람의 1~2년 뒤 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을 확인했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고혈당·복부비만·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이 한꺼번에 몰린 상태를 말한다. 심뇌혈관질환 등으로 악화할 수 있어 조기 예방·치료가 중요한 질병이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1.68배 높았다. 특히 과거 일반 담배를 피운 경험이 없고, 3년 이상 궐련형 전자담배만 피운 사람의 대사증후군 위험은 3.2배까지 뛰었다.

사용량도 중요한 변수였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하루 16번 이상 사용한 사람은 하루 1~5회 사용한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33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의 대사증후군 유발 매커니즘이 비슷하다고 추정한다. 담배 속 유해 물질이 몸속에 들어오면 염증 반응 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지용호 이대서울병원 첨단의생명연구원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장기간 피운 사람의 대사증후군 위험은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더 높은 측면도 있다"면서 "그 이유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질병 위험을 낮추려면 결국 금연이 답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담배 회사 마케팅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담배 현재 흡연율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내려간 18.9%였다. 반면 전자담배(액상형·궐련형) 사용률은 8.7%로 1년 새 0.6%포인트 올랐다. '덜 해로운 담배' 식의 홍보 전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종류와 관계없이 담배 사용 시 전반적인 건강이 악화하고, 대사증후군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로우니 일반 담배에서 갈아타는 게 아니라, 일반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