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15세 이상)는 2857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9000명(0.6%) 증가했다. 전년(32만7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다.
연간 취업자 수가 정부 전망치(17만명)를 밑돈 건 12월의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줄어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년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실업률도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3.8%로 나타났다. 12월 기준으로는 2020년 12월(4.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말 고용 한파는 내수 분야의 도∙소매, 운수∙창고업, 숙박∙음식업, 개인서비스업 등에서 더 확연히 나타났다. 이들 업종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감소 폭은 11월 7000명에서 12월 6만5000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12월 전체 취업자 수 감소분(5만2000명)보다도 많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내수 업종의 고용에 영향을 미쳤는데 대부분 임시일용직”이라며 “영업이 어려워지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게 되는데 이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246만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쉬었음 인구는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막연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을 말한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1만7000명이 늘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채용 문화가 바뀐 영향’(통계청)이라고 설명하지만,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고용률 자체는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은 62.7%로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69.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일단 정부는 1월부터 직접 일자리 사업이 재개되면 일시적 고용 부진도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가 전망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2만명이다. 조 과장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취업자 수 증가 또한 한계가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고, 건설 경기 회복도 예단하기 어려워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연초 유행하는 독감도 고용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비상한 대응을 주문했다. 최 권한대행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고용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며 “전 부처가 일자리 전담 부처라는 각오로 취약부문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