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입영 특례' 전공의 모집 시작했지만…싸늘한 의료계, 왜?

서울 한 대학병원 의국에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써진 표지판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대학병원 의국에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써진 표지판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이 15일 시작됐지만, 전공의들은 싸늘한 반응이다. 정부가 잇달아 제시한 수련·입영 특례나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와 같은 유화책에도 지원율은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 모집 시작…지원율 저조할 듯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17일까지 전국 수련병원 221곳은 올해 상반기 수련할 레지던트 1년 차와 상급 연차(2~4년 차) 모집에 들어갔다. 모집 대상자는 사직한 레지던트 9220명(1년 차 2676명, 2~4년 차 6544명)이다. 인턴 2967명에 대한 모집 공고는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이번 모집에서 정부는 사직한 전공의가 1년 이내 동일 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는 제한 규정을 푸는 특례를 적용한다. 복귀를 선택한 군 미필 전공의는 수련을 모두 마치고 병역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입영을 연기한다. 이에 더해 전날(1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 감원 등을 포함해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쓴 것(‘빅5’ 병원 의대 교수)”이라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들에게선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상당한 데다 복귀 명분이 없다고 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빅5 병원을 사직했던 전공의는 “병원별로 비슷할 분위기일 텐데 자체 조사를 했을 때 돌아간다는 전공의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병원 측은 이번에도 지난해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1.4%)과 비슷한 복귀율을 예상한다. 서울권 병원을 사직했던 한 전공의도 “의국 동기 중 복귀한다는 사람은 없다”며 “바뀐 게 없으니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지 5일 만에 레지던트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1년 가까이 요지부동이었던 전공의들이 짧은 시간 안에 태세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수련 관련 업무를 하는 한 의대 교수는 “지난주 금(10일) 발표 뒤 그다음 주 수(15일)에 원서를 내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전공의들과 충분한 대화를 거친 후 공고를 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공의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남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만큼 의·정간 대화를 통해 조만간 출구 전략이 마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지역 병원 전공의는 “최 대행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니 만남을 요청한 것”이라며 “최 대행 체제일 때 유의미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레지던트·resident)
인턴과정을 이수한 사람(가정의학과는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 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서 일정 기간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에 전속돼 전문과목 중 1과목을 전공으로 수련하는 사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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