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연륙교는 중구 영종국제도시와 서구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길이 4.68㎞·폭 30m(왕복 6차로) 규모의 해상 교량이다. 올해 12월 개통을 목표다. 중구는 지난해 제3연륙교 중구 대표 명칭 공모전을 열고 같은 해 11월 ‘영종하늘대교’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제3연륙교 사용자의 90% 이상이 영종 주민이니, 영종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다리 이름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구는 “이미 ‘영종대교’가 있고, 다리 설치로 받는 수혜가 적은데도 청라 주민들이 제3연륙교 건설비용 절반에 해당하는 3000억원을 분담하고 있다”며 ‘청라대교’ 등 서구 측 요구가 반영된 명칭을 선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중·서구가 각각 정한 명칭 2개씩과 경제청이 선정한 중립명칭 2개 등 총 6개를 인천시 지명위원회에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서구가 구명(區名) 변경을 추진해 잠시 보류한 상태”라며 “서구가 5월쯤 새 이름을 찾으면 이후 다시 명칭 공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 교량에 지역 이름 넣기 원해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는 한강 33번째 다리 이름을 놓고 수년간 얼굴을 붉혔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약 2㎞의 한강 횡단 교량의 이름을 놓고 강동구는 ‘고덕대교’,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각각 주장해서다.
강동구는 “다리 인근에 ‘구리암사대교’가 있어 혼란을 유발할 수 있고, 고덕동이 교량 시작점이라 처음부터 고덕대교로 불렸다”고 강조했다. 구리시는 “새로 짓는 다리의 87%가 행정구역상 구리시에 속해 있고 인근에 이미 ‘강동대교’가 있다”며 “다리 이름에 ‘구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두 지지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 다리 이름은 한강 교량 명칭 중 처음으로 국가지명위원회에 회부됐다.
“명확한 시설물 명칭 기준 있어야”
경남 남해군 설천면과 하동군 금남면을 연결하는 노량대교도 지자체 갈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남해군은 ‘제2 남해대교’를, 하동군은 ‘노량대교’ ‘충무공대교’를 주장하며 맞섰다. 국가지명위원회가 2018년 하동군에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도 종결됐다.
전남 광양과 여수를 지나는 이순신대교(2012년 개통)도 광양시와 여수시의 갈등에 지역명을 배제한 ‘이순신대교’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명칭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는 공공 시설물 명칭이 지역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설물에 지자체 이름이 붙는 것만으로도 지역 홍보 효과가 있고, 주민들도 자긍심을 느낀다”며 “성과나 공적으로 인정받는 만큼 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 등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갈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시설물 명칭 부여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행정학과)는 “시설물 명칭 갈등이 지자체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양쪽 지명을 모두 넣거나 제3의 명칭을 쓰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등이 명확한 시설물 명칭 기준을 만들어 이런 갈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