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요원 신상 유출 군무원 1심 징역 20년…"안보 심각히 위협"

국군정보사령부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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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정보사령부 블랙요원들의 신상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군무원 A씨(50)가 1심 군사 법원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이날 오전 군형법상 일반이적·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으로 기소된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12억원, 추징금 1억 620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보사의 공작팀장으로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 2급 기밀을 포함한 다수의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며 “피고인에 대해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A씨의 블랙요원 명단 유출로 인해 정보사의 인적망(휴민트)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유출된 군사 기밀에는 파견된 정보관들의 인적 정보 등이 포함됐고, 이 기밀이 유출돼 정보관들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에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게 됐다”면서다. 재판부는 “이들이 정보 수집을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을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나아가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에 중대한 위협을 끼친 피고인이 군사 기밀을 유출하면서 그 대가로 요구하거나 수수한 금액도 작지 않다”고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협박범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에게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해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이날 검정색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출석한 A씨는 판결이 선고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군 검찰은 앞서 A씨가 2017년 4월 재중동포 추정 중국인 B씨에게 포섭된 이후로 수년 간 금전을 받고 정보사의 기밀 정보를 무더기로 넘긴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엔 중국에서 활동하는 정보사 블랙요원의 신상과 정보사의 작전계획, 부대 조직 등이 포함됐다. A씨는 B씨에게 1억 6205만원을 수수하면서 적극적으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결심공판에서 군 검찰은 A씨에 대해 무기징역과 함께 벌금 8억원, 추징금 1억 6205만원을 구형했다.

A씨에 대한 초동 수사를 맡은 국군방첩사령부는 그에게 군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해 군 검찰로 송치했으나, 군 검찰은 간첩죄는 최종적으로 제외했다. 현행법상 A씨가 이를 북측에 넘어갈 것을 알고 기밀을 수집·유출한 것인지를 합리적 의심 없이 법적으로 충분히 입증하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간첩죄가 아닌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징역 20년형이 나온 사례는 흔치 않다. 앞서 2018년 중국·일본 측에 정보사 요원 정보 등 100여건의 기밀을 넘긴 정보사 전직 공작팀장은 일반이적죄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