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보고 놀라 지갑닫는다...치솟는 물가에 '스티커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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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사진 김원 기자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동에 무가 쌓여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0.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12월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한 달 새 2.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귤(전월 대비 22.6%), 무(22.0%), 닭고기(14.3%), 쇠고기(4.1%)가 치솟았다. 뉴스1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동에 무가 쌓여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0.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12월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는 한 달 새 2.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귤(전월 대비 22.6%), 무(22.0%), 닭고기(14.3%), 쇠고기(4.1%)가 치솟았다. 뉴스1

 
고(高)환율·고유가 등의 여파로 연말·연초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비싼 가격표를 본 소비자가 놀라 지갑을 닫는 이른바 ‘스티커 쇼크‘가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소비위축→내수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8.4로 전달(지난해 11월)과 견줘 12.3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이 기간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도 62.4에서 53.7로 떨어졌다. 

연말·연초 들어 생활과 밀접한 제품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2.2% 상승했다. 특히 식품의 경우 상승 폭이 평균치를 상회하는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98.4%)·당근(65.5%)·김(34.3%)·귤(32.4%)·배추(26.4%) 등 상승 폭이 컸다. 신선식품지수는 연간 9.8% 상승했다. 

새해 시작과 동시에 초콜릿·과자·음료·생필품 등 가격도 잇달아 인상됐다. 원재료값 상승에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등 정치적 혼란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대를 육박하자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식 물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으로 전년(117.38)보다 3.1% 상승했다. 2022년 7.7%, 2023년 6.0% 각각 오른 데 이어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의 외식비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1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1만1308원) 대비 약 6.1% 상승한 수치다. 일부 유명식당에서는 냉면값이 2만원을 육박한다.


고환율·고유가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물가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당장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20일 기준)는 L당 1800.74원으로 18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두 달 연속 올랐고,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6% 상승했다. 환율·유가 등이 2~3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것을 고려하면 향후 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