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침입 독려하더니 "후원해달라"…극우를 먹거리 삼는 그들

지난 19일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진격의 변호사들'은 공지를 통해 서부지법 불법행위자 변호사비를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지난 19일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진격의 변호사들'은 공지를 통해 서부지법 불법행위자 변호사비를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청년구출을 위한 주권찾기유권자소송 방송 지원금 자발적 납부 부탁한다. 모이는 금원을 힘써주시는 분들(변호인)께 지급해드리겠다.'

지난 19일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진격의 변호사들’에 이런 공지가 올라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뒤 서울서부지법을 침탈한 이들을 자유 우파로 칭하고 이들을 구출하자는 내용이었다. “100만원 입금” 등 후원을 완료했다는 댓글 600여 개가 달렸다.

 
서부지법 불법행위 가담자 90명이 현행범 체포된 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변호사비를 명목의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검찰이 “법치주의와 사법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지만, 불법행위 옹호에 나선 것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경찰에 체포되신 분들이 현재 86명이다. 변호사분들께 실비라도 드려야한다고 생각하니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저는 무료 변론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황교안 전 총리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경찰에 체포되신 분들이 현재 86명이다. 변호사분들께 실비라도 드려야한다고 생각하니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저는 무료 변론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피의자 무료 변론을 자처한 황교안 전 총리도 후원금 모금에 나섰다. 황 전 총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경찰에 체포되신 분들이 현재 86명이다. 변호사분들께 실비라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저는 무료 변론한다”고 밝혔다. 진격의 변호사들과 황 전 총리가 공개한 후원계좌는 모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계좌였다.


 
강용석 전 의원은 지난 20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동석한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하시는데 고맙다고 십시일반으로 많이 보내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방송 하단엔 후원계좌가 고정 노출됐다. 극우 성향의 카페에선 변호사비 명목 후원 사실들을 공유했고, ‘대국민저항권’ ‘경찰이 인권침해’라며 후원 의사를 밝힌 댓글이 대다수였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 소화기를 뿌리고 법원을 부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천지TV, 락TV 캡처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 소화기를 뿌리고 법원을 부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천지TV, 락TV 캡처

 
애초 모금을 위해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일도 빈번하다. 불법행위 자체가 유튜버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셈이다. 집회 현장에서 폭력을 조장하거나 자극적인 중계를 해 슈퍼챗(유튜브 후원금) 등 실시간 모금 활동을 벌이는 식이다. 지난 19일 서부지법 난입사태 당시 현행범 체포된 유튜버 3명도 건물·집기 등을 파손한 혐의를 받는다. 

서부지법 불법점거 이후 50대 여성 유튜버 A씨는 헌법재판소를 경비하던 경찰을 항해 “잘 보십시오, 이 사람들이 민주경찰이라는 사람들입니다”라고 외쳤다.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하던 20대 B씨도 “XX 도저히 못 참겠다, 1대1 맞짱 뜨든가”라고 거들었다. 이들의 말 한마디에 후원금이 이어졌다.

 
극우를 신먹거리로 여기고 진입하는 이도 있다. 지난 3일 개설된 한 유튜브 채널의 PD는 방송을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서부지법 불법점거 사태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채널 관계자는 “끝까지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걸 하겠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서부지법 창문을 깨부수는 장면을 생중계한 구독자 2만여 명의 한 유튜버는 5개월 전만 해도 축구·여행을 주제로 콘텐트를 제작했다. 이 유튜버는 서부지법 불법행위와 관련된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현판을 훼손시켰다. 뉴스1

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현판을 훼손시켰다. 뉴스1

유튜버들이 범죄를 정당화하고 폭력사태를 유발한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뒤따른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 극우·보수성향 유튜버 슈퍼챗 수입 상위 7곳 중 6곳의 수입이 전달보다 평균 2.1배 늘었다.

슈퍼챗 등 수입에 대한 규제를 통해 난립하는 유튜버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발적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슈퍼챗 등 후원금이 모금되는데, 유튜버들에게 기부금품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후원계좌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권유나 요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비 모금에서 사용된 ‘청년 구출’ 등 표현이 적극적 권유에 해당해 기부금품법을 적용할 수 있다”며 “모금 방법이 달라진 만큼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여러 요소를 따져 유튜버에 대한 기부금품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탈세에 대한 예방책도 필요하다. 유튜버들이 직접 성실 신고를 하지 않거나 제3의 계좌로 모금할 경우 당국의 점검을 피할 수 있어서다. 서울의 한 세무사는 “해외 후원계좌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영장집행이 어렵기에 이를 통한 탈세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유튜브와 외환당국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불성실하게 신고한 슈퍼챗, 개인 후원금을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대학 교수는 “유튜브 방송이 방송법·전기통신사업법 적용되지 않는 만큼, 이에 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