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서로 손가락 찍었다…'억대 산재금' 타먹은 외노자 수법

우즈벡 출신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손가락을 자해한 뒤 A씨에게 인증 사진을 보냈다. 사진 부산경찰청

우즈벡 출신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손가락을 자해한 뒤 A씨에게 인증 사진을 보냈다. 사진 부산경찰청

도끼 등을 이용해 손가락을 절단한 뒤 근로 중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위장해 억대 요양 급여를 타낸 외국인들과 이를 도와준 내국인이 붙잡혔다. 외국인들은 체류 기간 만료가 임박했거나 이미 불법체류 중이던 이들로, 국내에 더 오래 머무르며 돈벌이를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내ㆍ외국인 16명 공모해 국고 5억 타내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외국인이 근로 중 다친 것처럼 근로복지공단을 속여 5억원 상당의 요양ㆍ휴업 급여를 타내도록 도운 혐의(사기ㆍ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로 30대 내국인 남성 A씨와 우즈벡 출신 외국인 15명 등 16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범행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저질렀다. 총책 역할을 한 A씨 등 14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A씨가 행정사 사무실에서 사무 보조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A씨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근로 중 다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절차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유령 사무실에 이름 걸고 손가락 찍었다  

A씨는 2022년 상반기에 경남 밀양·양산 등지에 본인 명의로 된 인테리어 업체 등 유령 사업장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체류 기간 만료가 임박했거나 이미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을 물색했다. ‘손가락 절단 등 자해하면 요양급여를 타주고, 체류 기간을 연장해준다’는 말에 실제 일부 외국인은 관심을 보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 지인으로 우즈벡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인 B씨(30대)가 통역을 하며 범행을 도운 것으로 파악했다.

A씨와 우즈벡 출신 외국인이 범행을 공모한 대화 내용. 사진 부산경찰청

A씨와 우즈벡 출신 외국인이 범행을 공모한 대화 내용. 사진 부산경찰청

A씨 사무실에 채용돼 비닐하우스 공사 등 작업에 참여하다가 다쳤다는 게 ‘시나리오’였다. 실상은 외국인들이 스스로 도끼ㆍ벽돌 등을 이용해 자해하거나 서로 손가락을 찍어줬고, A씨는 이를 ‘근로 중 발생한 산재’로 꾸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ㆍ휴업 급여 등을 청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법으로 2년여간 우즈벡 국적 외국인 14명이 보조금을 1인당 1000만~3100만원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재비자로 체류 기간도 늘려

이들의 범행은 급여를 타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된 산재를 근거로 이들 외국인이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산재비자(G-1-1)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경찰은 이 비자를 받은 외국인에게 불법 체류 책임을 묻지 않으며, 최장 2년가량 국내에 더 머물며 돈벌이도 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A씨는 이처럼 산재 인정과 비자 발급을 돕는 대가로 한 건당 800만~1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유령 사업장을 열고 실제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났다는 진위를 명확히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해 저지른 범행”이라며 “A씨 명의로 된 사업장에서 같은 국적,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가 계속 일어나는 걸 수상하게 여긴 근로복지공단 제보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