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보유국” 발언에 여권서 다시 불붙는 자체 핵무장론…홍준표·나경원·유승민 “핵 균형 전략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하면서 여권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26/뉴스1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26/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했다. 핵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배타적 권한을 인정받는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비공식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선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대신 핵보유 자체를 인정하고 핵군축ㆍ핵동결을 협상 카드로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방미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있는 북핵을 없다고 우기는 것도 잘못된 정책이고, 이미 물 건너간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겠다고 접근하는 것도 비현실적 방법”이라며 “이제 남은 건 남북 핵균형 정책을 현실화시켜 우리가 북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고 썼다.

홍 시장은 2017년 대선 출마 당시부터 “전술핵 재배치가 안 되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홍 시장은 “‘핵무기 보유국’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인도ㆍ파키스탄ㆍ이스라엘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우리로서는 그리 나쁜 징조는 아니다”라며 “이번에 워싱턴에서 만난 인사들은 모두 북핵 문제는 한국 지도자들의 의지 문제라고 답했다. 트럼프 2기는 북핵 문제를 우리가 현실적으로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지난달 9일 오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지난달 9일 오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의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방미 의원단을 꾸려 미국을 찾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핵 균형 전략,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썼다. 나 의원은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북핵 위협 앞에 우리가 언제까지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도 핵을 가져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트럼프 2기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의 핵무장이 한ㆍ미 양국과 국제평화를 위해 윈윈(win-win) 전략임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김정은의 딜이 몰고 올 안보 위기에 대한 해법에 대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식으로든 직접 딜(Deal)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고, 그 딜에 대한민국 안보의 사활이 달려 있다”며 “만약 그 딜이 ‘나쁜 딜’로 간다면 우리는 미국에게 독자 핵무장을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여권에선 북핵 대응 전략이 대선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 차기 주자 가운데선 홍 시장과 유 전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랜 기간 ‘자체 핵무장론’을 펼쳐왔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3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자 “한미동맹에도 심각한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주제이고 실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트럼프 취임 후 대북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차기 대선에서 표심을 가르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