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말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구승민-김원중 “올가을 145번째 경기를 위해”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김원중(왼쪽)과 구승민. 이번 FA 시장에서 친정팀 롯데와 계약하며 동행을 이어간다. 부산=송봉근 기자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김원중(왼쪽)과 구승민. 이번 FA 시장에서 친정팀 롯데와 계약하며 동행을 이어간다. 부산=송봉근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7위(66승 4무 74패)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왕조를 구축한 김태형(58)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지만, 마운드가 크게 흔들리면서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흉작을 누구보다 씁쓸하게 받아들인 이들이 있다. 바로 롯데의 불펜을 책임지는 구승민(35)과 김원중(32)이다.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아픔을 뒤로하고 올겨울 롯데와 FA 계약을 마친 구승민과 김원중을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대만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개인 훈련이 한창인 둘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이제 그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면서 “FA 계약 과정에서 롯데 말고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는 동료들과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 이번 가을에는 꼭 롯데팬들에게 145번째 경기를 선물하겠다”고 의기투합했다.

구승민과 김원중은 롯데 불펜진의 핵심 열쇠다. 2012년 데뷔한 김원중은 원래 선발투수로 뛰다가 2020년 마무리로 전환한 뒤 롯데의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김원중보다 3살 많지만, 대학교를 거쳐 입단이 1년 늦은 구승민은 2018년부터 불펜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롯데는 그간의 공헌도와 앞으로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해 이번 FA 시장에서 구승민과는 2+2년 21억원, 김원중과는 4년 54억원으로 계약했다. 둘은 같은 날 사직구장을 찾아 계약을 마칠 만큼 두터운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구승민 역시 “지난해 부진이 늘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롯데팬들과 제대로 가을야구를 즐기지 못한 채 다른 구단으로 간다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김원중 역시 “롯데 유니폼을 벗고 싶지 않았고, 부산이란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매일 사직구장에서 듣는 우렁찬 함성은 나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롯데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며 의기투합한 김원중(왼쪽)과 구승민. 부산=송봉근 기자

롯데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며 의기투합한 김원중(왼쪽)과 구승민. 부산=송봉근 기자

구승민과 김원중은 마운드 안팎에서 늘 의지하는 의형제 사이다. 불펜에선 꼭 붙어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클럽하우스에서도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깊은 우정을 쌓는다. 각각 고향은 다르지만, 부산에서 사는 곳도 비슷해 1년 중 떨어져 지내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구승민은 “(김)원중이는 생각보다 섬세한 친구다. 동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만큼 센스도 있다”고 동생을 치켜세웠다. 이어 “원중이처럼 퍼포먼스가 화려한 선수는 많지 않다. 최근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던데 사복을 입으면 근사하긴 하지만, 유니폼을 입을 때는 장발의 멋이 살지 않더라. 앞으로 어떻게 변화를 줄지 기대된다”고 웃었다.


옆에서 이를 듣던 김원중은 “그러지 않아도 요새 가장 큰 고민이 헤어스타일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할지 예전처럼 장발로 돌아갈지 고심하고 있다”면서 “(구)승민이 형은 내게 여동생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고 싶을 만큼 따뜻한 사람이다”고 화답했다.

김원중(왼쪽)과 구승민(왼쪽 2번째)이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사사키 로키(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왼쪽)과 구승민(왼쪽 2번째)이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사사키 로키(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김원중과 구승민에겐 모두 확실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 와인드업 시간이 긴 김원중은 새로 도입되는 피치 클락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투구폼을 줄여야 한다. 지난해 구위 난조로 부진했던 구승민은 끊임없이 연구하며 단점을 보완하는 중이다.

김원중은 “지난해 막판부터 발 구름 동작을 줄이고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실전에서도 몇 차례 해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주위에서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승민은 “예비 FA로서의 부담감과 ABS 적응 실패가 부진의 원인이라고 본다. 올겨울 FA 계약을 잘 마쳤고, ABS도 계속 연구하고 있는 만큼 올 시즌에는 과거의 구위를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롯데 김태형 감독(가운데) 취임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구승민과 안치홍, 전준우, 김원중(왼쪽부터). 연합뉴스

지난해 롯데 김태형 감독(가운데) 취임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구승민과 안치홍, 전준우, 김원중(왼쪽부터). 연합뉴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2017년, 김원중은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겨우 2이닝만 던졌다. 그해 9월 상무에서 제대한 구승민은 1군으로 등록되지 못해 포스트시즌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젊은 타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불펜진도 계속 보강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뒷문을 철통처럼 지켜 꼭 롯데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