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흉작을 누구보다 씁쓸하게 받아들인 이들이 있다. 바로 롯데의 불펜을 책임지는 구승민(35)과 김원중(32)이다.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아픔을 뒤로하고 올겨울 롯데와 FA 계약을 마친 구승민과 김원중을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대만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개인 훈련이 한창인 둘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이제 그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면서 “FA 계약 과정에서 롯데 말고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는 동료들과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 이번 가을에는 꼭 롯데팬들에게 145번째 경기를 선물하겠다”고 의기투합했다.
구승민과 김원중은 롯데 불펜진의 핵심 열쇠다. 2012년 데뷔한 김원중은 원래 선발투수로 뛰다가 2020년 마무리로 전환한 뒤 롯데의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김원중보다 3살 많지만, 대학교를 거쳐 입단이 1년 늦은 구승민은 2018년부터 불펜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롯데는 그간의 공헌도와 앞으로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해 이번 FA 시장에서 구승민과는 2+2년 21억원, 김원중과는 4년 54억원으로 계약했다. 둘은 같은 날 사직구장을 찾아 계약을 마칠 만큼 두터운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구승민 역시 “지난해 부진이 늘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롯데팬들과 제대로 가을야구를 즐기지 못한 채 다른 구단으로 간다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김원중 역시 “롯데 유니폼을 벗고 싶지 않았고, 부산이란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매일 사직구장에서 듣는 우렁찬 함성은 나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김원중은 “그러지 않아도 요새 가장 큰 고민이 헤어스타일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할지 예전처럼 장발로 돌아갈지 고심하고 있다”면서 “(구)승민이 형은 내게 여동생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고 싶을 만큼 따뜻한 사람이다”고 화답했다.
김원중은 “지난해 막판부터 발 구름 동작을 줄이고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실전에서도 몇 차례 해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주위에서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승민은 “예비 FA로서의 부담감과 ABS 적응 실패가 부진의 원인이라고 본다. 올겨울 FA 계약을 잘 마쳤고, ABS도 계속 연구하고 있는 만큼 올 시즌에는 과거의 구위를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다짐했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젊은 타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불펜진도 계속 보강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뒷문을 철통처럼 지켜 꼭 롯데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