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트럼프노믹스로 반전 기회를 잡을까.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트럼프 행정부 2기 핵심 인사들과 연이어 접촉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우대 알고리즘과 판매대금 정산 지연, 근로자 블랙리스트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집중포화를 받는 상황. ‘미국 기업’ 쿠팡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을 활용해 국내 규제를 피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지난해 공정위 과징금 최다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 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1400억4900만원)과 계열사 씨피엘비(1억2900만원)는 총 1401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카카오(725억50만원), CJ(245억원) 등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해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크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 상품인 곰곰·탐사·코멧 등을 제조·유통하는 자회사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직매입 상품 등 자사 상품 순위를 부당하게 높이고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 후기를 늘렸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 측은 정상적인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공정위는 쿠팡이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늦게 주면서 지연이자를 주지 않고 있다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검토 중이다. 대형 유통업체는 60일 안에 대금을 정산해야 하는데 쿠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블랙리스트 지적에 고개 숙여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블랙리스트를 통한 근로자 통제, 과로 조장 가능성에 대해 쿠팡 경영진을 질타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처음 사과했고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도 “(블랙리스트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강 대표 등은 쿠팡의 심야 노동 등에 대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결론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노믹스 수혜 볼까
이런 상황에서 김범석 의장의 미국행은 정부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이용해 트럼프 정부의 자국 기업 우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악관의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는 ‘자국민이나 기업에 대해 차별적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 대통령이 해당 국가의 기업에 대해 징벌적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과세 외에 규제 부분에서도 미국 기업에 대한 기준을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글로벌 정·재계 인사 1000여 명과 함께 연방의회 의사당 내부 중앙홀에서 미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고 17~18일 열린 취임 축하행사에도 참석했다. 이를 통해 김 의장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 2기 인사들과 면담했다고 한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뉴욕증시에 상장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번에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발탁된 알렉스 웡은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쿠팡Inc 워싱턴DC 사무소에서 정책·대관업무를 담당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미국 정부와 밀착하는 것은 일종의 리스크 관리”라며 “한국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