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학생들이 21일(현지시간) 나치식 경례 논란에 휩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얼굴 사진을 붙인 인형을 밀라노의 로레토 광장에 거꾸로 매달았다. 이곳은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패전을 앞두고 게릴라에게 붙잡혀 총살당한 뒤 정부(情婦) 클라라 페타치와 함께 거꾸로 매달려 최후를 맞았던 장소다.
안사(ANSA) 통신은 머스크가 지난 20일 지지자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치식 경례를 했다는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새 정부의 자문기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는 당시 오른손으로 가슴을 친 뒤 손가락을 모은 채 대각선으로 들어올렸는데 이를 두고 나치식 경례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는 뒤편에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한 번 더 이 동작을 취했다.
이후 이탈리아 대학생 단체 '캄비아레 로타'(변화의 길이라는 뜻)는 쓰레기로 가득 찬 자루에 머스크 얼굴을 붙여 만든 인형을 광장을 철제 울타리에 거꾸로 매달았다며 관련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단체는 "일론, 로레토 광장엔 언제든 자리가 남아 있어"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머스크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주류 언론의 선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엑스(X)에 이같이 적으면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한쪽 팔을 대각선으로 치켜든 사진을 공유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비슷한 동작을 했는데 자신만 표적 삼는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어 "흠집내기를 하려면 더 잘해야 한다"며 "'모두가 히틀러'라는 식의 공격은 너무 식상하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동작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반유대주의 저지 단체인 명예훼손반대연합은 "머스크가 열광의 순간에 어색한 제스처를 한 것 같고 나치 경례는 아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반면 루스 벤-기아트 미 뉴욕대 역사학과 교수는 "파시즘 연구자로서 나치식 경례가 맞았고 아주 공격적인 경례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