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와 관련해 여야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배후설을 놓고 격돌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지난 19일 벌어진 법원 폭력 문제에 관한 현안질의를 했다. 본회의에 출석한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법원을 공격하는 세력이 반(反) 국가세력이냐”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폭동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는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폭동을 주도한 배후가 있는지에 대해선 “현재까지 (수사 상황으론)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배후 세력이 있는지 같이 검토하고 있다. 확인되면 당연히 수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우 유튜버가 폭력을 선동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엔 “연관해서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 대행은 이처럼 배후설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여야는 난동 사태의 원인을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경찰이 (서부지법 사태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66명을 보면 나이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직장은 자영업자와 회사원 위주”라며 “아직 시위자의 교류나 조직적 준비가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배후설을 제기하기엔 아직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사태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주장도 폈다. 송석준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앙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송 의원은 곧바로 “그간 거대 야권에 의해 얼마나 많은 탄핵이 남발됐냐”며 “수많은 입법 폭주와 예산 농단이 있었다. 야당이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도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때문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이 문제가 되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배후설’ 등을 부각하며 화살을 돌렸다. 민형배 의원은 “전 목사는 내란 수괴를 구출하자는 등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며 “사법부와 언론에 대한 테러까지 서슴없이 자행하며 2차 내란을 획책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들도 “판사 사무실에 난입한 40대가 사랑제일교회의 전도사였다는 보도가 있다. 그가 배후일 가능성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복기왕 의원)거나 “전 목사가 꾸린 ‘국민저항위원회’가 상당한 집행력을 가진 단체”(박상혁 의원)라며 거들었다.
그간 광화문 집회에서 “국민 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전 목사의 벌언과 관련해 이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저항권은 국가의 반헌법적인 권력 행사에 대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이번 사태는 결코 저항권이라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난입 사태의 ‘사전 기획설’을 주장했다. 오 의원은 “폭도들이 7층 영장 판사실을 미리 알고 간다든지, 또는 라이터 기름을 이용해 방화를 시도하는 등 이상한 점이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사법부 때리기에 집중했다. 조배숙 의원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모친상에 간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친분 관계에 대해선 말이 없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문 대행께서는 공정성을 저해할 만한 어떠한 언동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동운 공수처장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3000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윤 대통령을 마치 악질 흉악범을 체포하듯이 검거를 하는 게 정상적이냐”(송석준 의원)는 질의에 오 처장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오 처장은 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것이 적절하냐”(조승환 의원)는 질의엔 “후회는 없다”며 “국민들에게 보기에 좀 부적절한 면이 있으면 제가 사죄하겠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는 민주당의 요청으로 개최됐다. 당초 국민의힘은 현안질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사태를 방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없다”(원내지도부 관계자)며 입장을 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