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 가창오리 깃털 찾았지만...“결론까진 1년 넘을 듯”

 [뉴스분석]

무안공항 참사현장에서 확보한 제주항공 사고기의 엔진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무안공항 참사현장에서 확보한 제주항공 사고기의 엔진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가창오리는 국내에선 흔한 겨울 철새다. 

 무안공항의 폐쇄회로 TV(CCTV)에도 사고기가 착륙하지 않고 고도를 다시 높이던(복행) 중 새떼와 접촉하는 장면이 기록됐다. 착륙 과정에서 ‘조류충돌(Bird Strike, 버드스트라이크)’이 사고를 초래했을 거란 추정에 힘이 실리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25일 무안공항(전남 무안군)에서 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현장조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앞서 사조위는 20일부로 초기 현장조사를 마쳤다.  

 이에 따르면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발견된 새 깃털과 혈흔을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가창오리로 확인됐다. 몸길이가 40㎝가량인 가창오리는 떼로 날아다니는 군집성이 강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가창오리. 위키백과

가창오리. 위키백과

 다만 사조위 관계자는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조류의 포함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류충돌은 확인했지만, 가창오리 몇 마리가 엔진에 빨려 들어갔는지, 다른 새들도 충돌했는지는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류충돌이 일어나면 형체를 확인하기 어려워 해당 조류를 식별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사조위는 엔진 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을 분해해 검사할 계획이다.  

 사조위는 또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및 관제 교신 기록 등을 동기화하고 분석해 충돌 직전 상황도 시·분·초 단위로 재구성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4분 전쯤부터 FDR과 CVR의 기록이 동시에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블랙박스 기록 미저장은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항공기 전원 공급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초 무안공항 인근을 철새들이 날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초 무안공항 인근을 철새들이 날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조류충돌 직후부터 동체착륙 뒤에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할 때까지 기체 상태와 조종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사라진 것이다. FDR과 CVR은 항공사고의 원인과 과정을 밝히는 데 핵심으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사조위는 사고기의 운항상황,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FDR과 CVR 및 관제교신 기록 등 확보한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사조위는 이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거로 보고 있다. 또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한 로컬라이저 둔덕 및 조류의 영향에 대한 부분은 국내 기관에 별도의 용역을 의뢰키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안전 전문가는 “4분간의 블랙박스 기록은 없지만 만약 그 전에 엔진이 고장 났다면 그에 따른 조치들은 기록됐을 것”이라며 “그런 내용을 다 조합해 사조위에서 나름대로 판단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전문가는 또 “사조위가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될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비행기록장치(FDR)의 모습.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함께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핵심이지만 두 장치 모두 마지막 4분의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비행기록장치(FDR)의 모습.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함께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핵심이지만 두 장치 모두 마지막 4분의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항공업계 안팎에선 핵심적인 블랙박스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유족은 물론 항공사와 항공기제작사, 보험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두 수긍할 만큼 원인을 제대로 밝히긴 쉽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규명이 필요한 사안들로는 ▶최초 복행 판단 과정 ▶1차 착륙 방향과 반대로 착륙한 이유 ▶조류 충돌로 엔진 2개가 모두 작동 불능된 경위 ▶수동작동도 가능한 랜딩기어가 안 내려온 이유 ▶동체착륙 이후 속도를 줄이기 위한 항공기 날개의 플랩이 펼쳐지지 않은 이유 등이 꼽힌다. 

 한 국내 항공사의 임원은 “사조위가 다른 기록과 잔해 분석 등을 통해 결론을 낸다고 해도 그건 사실상 ‘추정’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그 해석과 책임 소재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