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를 사칭해 그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려 한 4분 분량의 오디오 파일이 공개됐다.
24일(현지시간) 디애슬레틱은 미국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미즈하라와 은행원의 통화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서 은행원은 미즈하라에게 "지금 나와 통화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미즈하라는 "오타니 쇼헤이"라고 답한다.
은행원은 '2단계 인증 절차'에 따라 미즈하라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전달된 6자리 숫자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오타니 계좌에 연결된 전화번호는 미즈하라의 휴대전화 번호와 일치했다.
2단계 인증을 통과하자 은행원은 "최근 사기 문제로 온라인 거래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며 "온라인으로 송금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미즈하라는 "자동차 구입 문제"라고 답했다.
은행원은 수취인과의 관계도 물었는데, 미즈하라는 "내 친구다. 자주 만난 사이"라고 밝혔다. 돈을 받는 수취인은 미즈하라였다.
미국 연방 검찰은 이 음성 파일을 미즈하라가 보안 조치를 우회해 오타니의 온라인 계좌 정보에 자신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등록한 뒤, 은행에 반복적으로 송금을 요청했다는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에서 뛸 때부터 인연이 됐고,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8년부터는 전담 통역으로 일했다.
미즈하라는 지난해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기간에 불법 도박과 절도 의혹이 불거져 해고당했다.
미국 검찰 조사 결과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계좌에서 약 1700만 달러(약 243억5000만원)를 빼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져 기소당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도박 대금 1700만 달러를 반환하고, 미국 국세청에는 114만9400달러(약 15억8000만원)의 세금과 이자,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 24일 미즈하라에게 4년 9개월의 금고형과 보호관찰처분 3년을 구형했다.
미즈하라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나와 내 아내는 미행당하고 협박받는 등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이고, 간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도 실직했다"고 "당장은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타니와 미국 구단으로부터 급여를 받긴 했지만 24시간 연중무휴로 대기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임금이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 검찰은 "미즈하라가 처음에 미국에서 오타니의 첫 팀이었던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로부터 8만 달러를 받았다"며 "급여는 2022년 25만 달러로 인상됐고, 2024년 오타니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합류했을 때 50만 달러로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타니가 미즈하라에게 추가로 돈을 주고, 포르쉐 카이엔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미즈하라는 "나는 야구 선수이자 인간으로서 오타니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오타니를 위해 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면서 "그의 신뢰를 저버린 행동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즈하라 변호인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18세부터 도박 중독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즈하라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랐으나 미국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으로 추방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일본에서도 계속해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