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조기 대선 도전을 일찌감치 기정사실화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날짜가 생일 이후여서 출마가 가능해진다면 출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대교체’를 내세운 그는 “단순히 나이에 의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반헌법적 행보를 보이고 구습ㆍ구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 여러분이 꼭 걸러내 주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 측은 “과학기술 발전, 급변하는 글로벌 외교 상황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주자는 이 의원 뿐”이라고 말한다. 서울과학고ㆍ하버드대(컴퓨터과학)를 졸업한 그는 투자나 정당 사무 시스템까지 직접 만드는 자타공인 ‘컴돌이’다.
아직 이 의원의 지지율은 다른 보수 주자들에 비해 저조하다.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 의뢰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범여권 대선 주자 중 이 의원 지지도가 3%로 나타났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5%), 홍준표 대구시장(11%) 등에 못 미친다. 한국갤럽이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1%)를 포함한 여야 주자 가운데 그의 지지율은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그를 최대 변수로 꼽는다. “중도층이 관망 중이라 현재 판세는 아무 의미 없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분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서 범여권에 지지 후보가 ‘없다(37%)’거나 ‘모름ㆍ무응답(5%)’을 택한 응답자는 42%였다. 여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에선 33%가 지지 후보를 고르지 않았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최근 정치 민감도가 높은 2030 세대와 의견을 유보 중인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이준석이 독자 출마를 강행하느냐, 단일화를 하느냐에 따라 모든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야가 극단으로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이 의원의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독자 출마시에 이 의원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 표를 더 잠식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한다. 총선에서 3자 구도로 신승(辛勝)을 거둔 경험을 들며 “진영 논리로 움직일 필요가 없다. 유권자들은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갑자기 여당에서 ‘어떻게 대선 경선을 뚫었지’ 싶은 정도로 개혁적인 인물이 (후보가 되는) 각성이 일어나면 모르지만 아직 그런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최종적으론 보수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직 의원은 “단일화를 안 해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보수층에서 이 의원은 ‘정권을 넘긴 주범’이란 굴레를 벗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도 “대선 직전까지 거대 정당 밖에서 레이스를 뛰어 몸값을 키운 뒤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전개된 ’명태균 공천 게이트’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은 선을 긋고 있지만 명씨와 친분을 유지하며 수시로 연락한 건 사실 아닌가”라며 “대선 국면과 맞물린 명씨 재판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 연휴 동안 지역구를 다니며 차분히 민심을 들을 예정이다. 캠프 사무실도 일찌감치 서울 강남 번화가로 잠정 확정했다. 이 의원 측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에서 최대한 민심을 밀접하게 듣겠단 취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