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지난해 9월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의 모습. 사진 르노코리아
오는 6월 자녀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 이모(35)씨는 고심 끝에 지난해 말 ‘아빠 차’를 골랐다. 이씨의 선택은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9월 선보인 ‘뉴 그랑 콜레오스’. 쏘렌토(기아)·싼타페(현대)가 장악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그랑 콜레오스는 눈치 빠른 ‘3등 전략’으로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르노코리아가 4년만에 출시한 신차 그랑 콜레오스는 연말까지 2만2000대가 판매됐다. 출시 75일만의 성과다. 계약 대수를 기준으로 하면 이달 기준 3만 대를 넘본다. 중형 SUV의 강자인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에 이어 월 판매량 3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쏘렌토 8828대, 싼타페 6249대가 팔릴 때 그랑 콜레오스는 6122대가 판매되며 2위와의 격차도 줄였다. ‘탄탄한 3등’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3등이지만, 남다른 개성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반짝인기가 아닌 메이저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오래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살 때도 팔 때도 ‘가격’ 민감한 韓소비자 공략
르노코리아 차량을 신차로 구매할 때 소비자 고민 중 하나는 ‘중고가 방어’다. 수요도 공급도 많은 현대차·기아 모델보다 중고로 되팔 때 제 값을 받기 어려울 거라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이 지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랑 콜레오스 출시 때부터 되팔 때 최대 가격을 보장해주겠다는 ‘잔가보장률(중고차 가격 보장 서비스)’을 들고 나왔다.
주행거리와 보유 기간에 따라 잔가보장률이 다른데, 최소 50%에서 최대 80% 사이다. 예를 들어 3년 보유 시 기준 주행거리는 4만~4만5000km, 잔가보장률은 64%다. 만약 3년간 4만~4만5000km를 운행한 고객이 중고로 차를 팔면 신차 가격의 64%를 보장 받는 식이다. 이때 주행거리가 4만km가 안 된다면 5000km 구간당 0.5%포인트(p)가 보장률에 추가된다. 3년간 3만4000km를 탔다면, 기본 64%에 1%p(기준 주행거리 미달 6000km)를 더해 65%로 잔존가치를 보장받는 것. 단, 르노코리아에서 또 새 차를 사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경쟁 차량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 기준,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는 사양에 따라 3760만~4351만원으로 판매된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3867만~4854만원,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3880만~5036만원 선이다.
그랑 콜레오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르노코리아 판매량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르노코리아는 신차 출시로 한국 시장의 성장 모멘텀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 전기차 세닉을 한국에 선보인다. 부산에서 생산하는 그랑 콜레오스와 달리 세닉은 프랑스에서 생산해 전량 수입해 판매한다. 내년 초에는 준대형 SUV ‘오로라2’(프로젝트명)도 내놓으며 SUV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