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처의 실험, 임신하면 주1회 재택근무한다…공직 저출산 해법

연원정 인사혁신처장(오른쪽 두번째)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민원 업무 공무원들과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 인사혁신처]

연원정 인사혁신처장(오른쪽 두번째)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내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방문해 민원 업무 공무원들과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 인사혁신처]

“주 1회 재택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면 부담이 한결 줄 것 같아요.”

 
지난해 임신한 A 사무관은 출산 전까지의 출퇴근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서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주 4일만 출근할 수 있게 됐다.

 
인사혁신처가 저출산 완화를 위해 실험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임신 중인 인사혁신처 공무원은 주 1회 의무적으로 재택근무하도록 규정했다. 인사혁신처는 31일 근무 혁신 지침을 발표하고 내달부터 시행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인사혁신처, 근무 혁신 지침 발표


인사혁신처 로고 . [사진 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 로고 . [사진 인사혁신처]

우선 임신 중인 인사혁신처 공무원은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8세 이하 자녀를 둔 육아기 공무원도 주 1회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다만, 직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운 경우는 예외로 규정했다.


 
일단 인사혁신처 내부에서 이와 같은 정책을 시범 운영한 뒤, 다른 부처로 확산·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한 가정 친화적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점심시간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점심시간을 30분(12시∼12시 30분)으로 단축하고, 그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한다. 학원·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의 하원 시간 때문에 고민하는 공무원을 배려하기 위한 정책이다.  

지금도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을 2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유연 근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늘린 만큼 퇴근을 늦춰야 해서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인사혁신처의 판단이다.  

따라서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점심시간을 포함해 주 40시간 범위에서 개인별 근무 시간·일수를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조정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전자인사관리(e-사람 시스템)를 통해 본인이 스스로 복무를 관리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제도도 6개월간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만족도·효과를 검토해 전 부처 확대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점심시간 단축해 조기 퇴근도 가능

부산시 동구 아스티호텔 24층에 위치한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 내 업무공간. 1인 업무에 초점을 맞춘 몰입형 좌석과 협업을 위한 회의형 좌석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부산시청]

부산시 동구 아스티호텔 24층에 위치한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 내 업무공간. 1인 업무에 초점을 맞춘 몰입형 좌석과 협업을 위한 회의형 좌석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부산시청]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자유로운 업무 환경도 조성한다. 직원 휴게공간(북마루)과 휴가지 원격 근무(워케이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저년차 공무원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확대한다. 현장 경험을 통해 업무 이해도를 높이고 실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국회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수요일과 금요일 정시퇴근을 장려하던 ‘가족 사랑의 날’ 제도는 10년 만에 폐지한다. 폐지 배경으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유연근무·연가 활성화로 상시 정시퇴근 문화가 정착했다는 평가를 고려했다”며 “더불어 초과 근무를 못 해서 불이익이 생긴다는 저년차 공무원들의 제안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연원정 인사혁신처장은 “공직사회가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화하도록 의견을 수렴해 지침을 마련했다”며 “성과를 입증한 혁신과제는 향후 다른 정부 부처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