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정계선 재판관의 남편이 국회 탄핵 소추 대리인단의 김이수 변호사와 같은 법인에서 활동하고, 이미선 재판관 동생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위’ 부위원장인 점을 거론하며 “패밀리 비지니스”라고 비난한 데 이어, 여당 투톱이 연이틀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날 여당 홈페이지에는 ‘무너진 헌법재판소, 심판할 자격 있나’란 제목으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의 편향 논란을 정리한 카드 뉴스도 게재됐다.
여당이 강공으로 선회한 건 23일 헌재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를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기각한 뒤다. 재판관 4명이 인용 의견을 내자 적잖은 여당 의원이 “민주당의 억지 탄핵 시도에 절반이나 손을 들었다”(수도권 지역 의원)고 반발했다. 당에선 “법치가 아니라 정치”(김기흥 대변인)라는 논평도 냈다.
여기에 좀처럼 꺾이지 않는 여당 지지율 상승세도 헌재를 압박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영남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울고 싶던 우리의 뺨을 때려준 계기가 이진숙 탄핵 심판이었고, 등을 밀어준 건 지지율 상승이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헌재의 공정성 논란을 고리로 지지층을 규합해 탄핵 인용 시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포석도 깔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3~2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1%,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2%였는데, 중도층에서는 정권 교체 55%, 정권 유지 35%로 격차가 더 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여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헌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 향후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강성 지지층의 극한 충돌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브리핑에서 “사법부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공정한 탄핵 심판을 위해 재판관의 편향 논란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지, 헌재 결정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