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샅바 싸움이 지난해 5월 21대 국회 끝무렵과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월 안에 모수개혁(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신속하게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구조개혁은 쉽게 되지 않으니 모수개혁만 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걸 원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생각이 다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국회에 연금개혁 특위부터 구성하고 연금개혁을 위한 집중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며 "모수개혁과 구조 개혁을 같이해야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구조개혁이라는 핑계를 댄다"고,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2의 연금개혁 쇼를 한다"고 비난한다.
지난해 5월 21대 국회 폐회를 앞두고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3~44%' 선에 근접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구조개혁이 우선"이라면서 이를 거부한 바 있다. 22대 국회가 열린 후에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고, 지난해 말 탄핵 정국에 휩쓸려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정부안에는 출산과 군복무 추가 인정제도(크레디트)가 포함돼 있다. 출산 크레디트는 지원 대상을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로 확대해 연금 가입기간을 12개월 추가로 인정한다. 군 복무 크레디트는 현재 6개월 인정하는데, 정부안에는 전 복무기간(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으로 늘리게 돼 있다.
출산 크레디트를 늘리면 소득대체율을 1% 포인트 늘리는 효과가 난다. 군 복무 크레디트를 늘리면 0.75~0.94% 포인트 증가 효과가 난다. 이 둘을 합하면 소득대체율이 1.75~1.94% 포인트 올라간다. 월 소득 300만원인 근로자라면 노후 연금액이 월 5만2500~5만8200원 늘어난다. 소득이 높을수록 증가액도 커진다.
두 가지 크레디트는 7,8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연금개혁이라는 대형 이슈에 깔려 진도를 못 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크레디트를 확대하는 법률 개정이 늦어질수록 혜택을 못 보고 지나가는 청년층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제도는 2008년 도입했다. 추가로 받은 가입기간은 출산이나 군 복무 후 바로 받는 게 아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63세)이 돼야 효과가 발생한다. 군 복무 크레디트 수혜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출산 크레디트는 지난해 6월까지 5981명이 받았다. 2023년 한 해 지원액은 약 2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