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징역 2년 선고
전주지법 형사7단독(한지숙 판사)은 2일 “군사기밀 보호법과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불법 대부업체 대표 A씨(37)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부업체 직원 B씨(32)에겐 징역 1년 2개월, C씨(27)에겐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국방보안업무 훈령에 따라 암구호는 각 부대가 정해 문답식으로 주고받는 단어로, 매일 변경되고 전화로도 전파할 수 없다. 유출되면 즉시 폐기되고 새로운 암구호를 만들어야 한다.
장교·부사관 3명, 암구호 유출
조사 결과 D씨 등은 군부대 상황판에 적힌 암구호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그 사진을 A씨 등에게 보냈다. 이들은 사채업자 요청으로 피아 식별 띠(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군모나 군복에 두르는 띠)나 산악기동훈련 계획서, 부대 내부 조직 배치표 등을 찍은 사진도 유출했다.
A씨 등은 인터넷 광고뿐 아니라 불법 대부업자끼리 공유하는 ‘대출 의향자 명단’을 활용해 전화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고객과 접촉했다. 대부분 은행이나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였다고 한다.
이 중 군 간부들에겐 담보 명목으로 암구호 등을 요구한 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부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거나 가족과 지인에게 대신 빚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군 간부와 사병으로 만기 전역한 A씨 등이 군대 경험을 살려 군 간부들이 불법 추심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도록 약점을 잡기 위해 암구호 등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봤다.
최대 3만% 이자 챙긴 혐의도
이번 수사는 지난해 5월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D씨의 암구호 유출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암구호를 수집한 민간인 대부업자에 대해 전북경찰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며 수사가 확대됐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D씨는 지난해 6월 제1지역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A씨 등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박 과장’ ‘변 대리’ ‘계 실장’ 등 가명을 쓰고, 대포폰·대포통장을 사용했다. 검찰은 “A씨 등이 암구호 등을 채권 추심 협박용으로 사용했으나,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반국가단체·외국 등에 제공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불법 대부업의 영위를 위해 기밀인 암구호를 받는 등 국가 안전 보장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비난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다만 취득한 암구호를 담보 목적 외에 누설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 드러나지 않았고, 피해자인 채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