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커제 울렸던 '사석 반칙패' 없앤다

3일 한국기원에서 LG배 사태와 관련한 긴급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운영위원회는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오른쪽 가운데), 한종진 한국프로기사협회장(왼쪽 가운데) 등 10명이 참석했다. 사진 한국기원

3일 한국기원에서 LG배 사태와 관련한 긴급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운영위원회는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오른쪽 가운데), 한종진 한국프로기사협회장(왼쪽 가운데) 등 10명이 참석했다. 사진 한국기원

한국기원이 LG배 결승전에서 중국 커제 9단에게 반칙패를 선언한 규정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원은 3일 오후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사석을 사석 통에 넣지 않는 반칙을 2회 범하면 반칙패를 선언한다’는 누적 반칙패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위기협회(중국바둑협회)의 LG배 결승전 재대국 요청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논란이 된 규정은 지난해 11월 신설됐다. ‘사석을 사석 통에 넣지 않을 경우 1차 경고와 함께 벌점 2점 부여, 2차 위반에 반칙패 선언’이라는 규정이다. 결과적으로 이 규정으로 인해 제29회 LG배 결승전은 사실상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22일 열린 LG배 결승 2국에서 커제 9단은 사석 규정을 2차례 연속 위반해 반칙패했고, 이튿날 열린 결승 3국에서도 전날과 같은 반칙을 또 저질러 벌점 2점을 선언 당했다. 벌점을 받자 커제는 2시간 25분간 항의하다가 기권패를 당했다. 세계 바둑대회 초유의 결승전 반칙패와 기권패 결과에 중국 바둑계는 크게 분노했다. 커제는 물론이고 중국위기협회(중국바둑협회)는 LG배 결승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이어 중국위기협회는 외국인 선수의 중국바둑리그 참가 불가와 2월 6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국 주최 세계대회(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바둑최강자 결정전) 중국 선수 불참을 잇달아 선언하면서 한국기원을 압박했다. 중국위기협회의 강경 대응과 더불어 중국 내에서는 반한 여론이 들끓었다. 커제의 결승 상대였던 한국 변상일 9단, LG배 결승 2국과 3국의 한국 심판, 그리고 한국 바둑계를 연일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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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기원 운영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규칙 자체는 유지하되 반칙에 대한 처벌은 대폭 완화한 것이다. '반칙 1회 벌점 2점 부여'의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대신, 세계대회에서 문제 없이 통용될 수 있는 규정 제정을 위해 중국·일본 등과 신속히 협의하겠다고만 했다. 중국 바둑계가 강하게 요구한 결승전 심판 징계에 관한 부분은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바둑은 공인된 국제 룰이 없다. 중국 주최 세계대회는 중국 룰을 따르고, 한국 대회는 한국 룰, 대만 대회는 대만 룰을 따른다. 3일 한국기원의 결정은,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중국 선수가 한국 규정을 어겨 반칙패를 당했는데 중국 선수가 반발하니까 한국 바둑계가 고개를 숙인 꼴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기사들도 "룰이 과한 부분이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LG배 사태가 일단락된 건 아직 아니다. 잔뜩 화가 난 중국 바둑계가 한국기원의 결정을 받아들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운영위원회를 마친 뒤 "그동안 중국 기원과 계속 대화해 왔다"며 "이 문제로 양국 기원 사이가 나빠지거나 국제 대회에 차질이 있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같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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