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대신 22개 빛기둥 세운다…연말께 달라질 광화문 광장

광화문 광장에 조성될 '감사의 빛 22' 조형물 예상도. 22개 화강암 기둥으로 밤에는 빛 기둥으로 변신한다. 사진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 조성될 '감사의 빛 22' 조형물 예상도. 22개 화강암 기둥으로 밤에는 빛 기둥으로 변신한다. 사진 서울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6ㆍ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이 연말께 조성된다. 앞서 논란이 됐던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 대신에 참전국에서 채굴한 돌로 만든 조형물이 들어선다.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세종로 공원도 재단장해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서울시는 3일 시청에서 ‘세종로 공원 및 상징조형물 설계 공모’ 시상식을 열고 이런 내용의 감사의 정원 조성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9월 공모전을 연 결과 총 31개 작품이 접수됐고, 삶것건축사사무소와 프라우드건축사사무소, 엘피스케이프의 공동 응모 작품인 ‘윗마루, 아랫마당, 추모공간:22’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열린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시상식'에서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열린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시상식'에서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태극기 대신 화강암 조형물  

당선된 조형물 이름은 ‘감사의 빛 22’다. 6·25 전쟁에 참전한 22개국을 상징하는 5.7~7m 높이의 화강암 조형물이다. 의장대 사열을 모티브로 일렬로 늘어선 22개의 기둥에서 빛이 나와 밤에는 빛기둥이 된다. 기존 광장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광장 서측에 남북방향으로 배치된다. 다채로운 빛 연출이 가능해 우방국 기념일 등에 감사의 예우를 표현할 수도 있다. 시는 22개국에서 채굴한 돌을 들여와 조형물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기둥 측면에는 참전국 언어로 시ㆍ문학작품ㆍ글귀 등을 새겨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릴 계획이다.  

'감사의 빛 22' 조형물 아래 추모공간의 모습. 사진 서울시

'감사의 빛 22' 조형물 아래 추모공간의 모습. 사진 서울시

광화문 광장 확장으로 폐쇄됐던 지하 주차장 진입로의 현재 모습. 사진 프라우드건축사사무소

광화문 광장 확장으로 폐쇄됐던 지하 주차장 진입로의 현재 모습. 사진 프라우드건축사사무소

조형물 아래 지하 추모공간도 있다. 광화문 광장이 지금 모습으로 확장되기 전에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서울청사 별관 주차장 진입로로 쓰던 공간이다. 광화문 광장이 확장되면서 폐쇄됐던 지하 공간을 재활용해 참전국의 현지 모습을 보거나,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처음 공개한 안은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였다.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를 중심으로 한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해 6·25 참전용사의 희생ㆍ헌신을 기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광장에 추가 조형물을 꼭 설치해야 하느냐는 지적과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시는 태극기 게양대 안을 철회하고 설계 공모를 통해 이번 작품을 선정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태극기를 지나치게 크게 설치한다는 비판도 있다 보니 두루 의견을 들었고, 태극기를 강조하기보다 대한민국이 오늘날처럼 번영할 수 있게 한 22개국의 희생을 강조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세종로 공원 지하에 연중 쓸 수 있는 시민 공간 

세종로공원도 2027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재단장한다. 지상부는 느티나무 숲과 물이 흐르는 수변공간으로 꾸민다. 주차장으로 쓰던 지하 공간의 경우 지상 1ㆍ2층을 합쳐 층고 5.5m의 다목적 공간을 만든다. 나머지 지하 6층까지는 기존대로 주차장으로 쓴다. 지하 공간은 광화문역, KT빌딩, 세종문화회관 지하 등과 연결된다. 공모전 당선자인 양수인 삶것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세종로공원의 경우 날씨에 관계없이 연중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시민 공간을 지하에 만들고, 지상은 아늑하게 쉴 수 있는 공원과 일부 식음공간ㆍ화장실 등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장하는 세종로 공원의 조감도. 사진 서울시

재단장하는 세종로 공원의 조감도. 사진 서울시

이날 시상식에는 공모전 당선자를 비롯해 유재식 6ㆍ25 참전 유공자회 서울시 지부장 등 참전용사 10명도 참석했다. 서울시는 4일 한국전쟁 참전 22개국 주한 외교단을 초청해 감사의 정원 조성 관련 사업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국가 상징이자 서울의 랜드마크인 광화문 광장에 ‘감사의 빛 22’를 포함한 지상ㆍ지하 공간을 동시에 열어 세계인이 주목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세계인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