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찰 조서, 당사자가 부인해도 증거 사용"…尹측 "인권 퇴행"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0일 당사자가 부인하는 검찰 조서라 할지라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일부 계엄군 사령관 등이 검찰 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판부가 믿을만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오전 정기 브리핑에서 ‘형사 법정에서는 공범 등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는데, 헌재는 이를 증거로 쓰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2020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인정할 때만 공범 등에 대한 신문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다. 천 공보관은 “증거와 증언의 신빙성 문제는 재판 사항으로, 재판부가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검사의 조서를 증거로 활용하겠다고 한 근거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40조다. 이에 따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활용했다. 당시 선례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인 2020년 2월 형소법 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312조1항)고 바뀌었다.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 신문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공범관계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의 조서에 담긴 진술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은 탄핵심판에 나와 각각 “의원들을 끌어내라” “정치인 체포” 관련 윤 대통령 지시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체포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형사재판에서는 이들의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는 증거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천 공보관은 이와 관련 “헌법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고 형사재판과 성질이 다르다.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헌법재판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소법을) 준용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돼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반발했다. “더욱 강화된 증거 법칙을 이전의 선례로 완화하는 것은 인권 보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퇴행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2017년 선례는 헌재가 스스로 정한 것이고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많은 헌법학자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증인들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과 배치되는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하고 증언보다 진술조서를 더 우위에 둘 수 있다는 헌재의 태도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고자 하는 공판중심주의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 공보관은 13일로 예정된 8차 변론 이후 추가 기일을 지정할 예정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