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64f9972f-5ccb-40e8-9ac6-df5c6254154c.jpg)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건을 애도하며 “모든 일하는 사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도록 제도적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해 9월 한 방송사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근무 프리랜서는 전체 방송사 비정규직 9199명 중 2953명으로 32.1%에 이른다. 아나운서 계열 중 프리랜서의 비중은 92.9%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프리랜서는 특정 기업이나 조직, 단체 등에 공식적으로 소속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다. 고정적 급여를 받을 수는 없지만 일의 규모를 자신의 결정으로 확대할 수 있어 수익을 더 낼 수도 있다.
안 위원장은 “이점이 있지만 현실에서 대다수 프리랜서는 저임금, 사회안전망 미비 등 열악한 조건에 처해있고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근로기준법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할 경우 문제를 제기할 통로가 전혀 없어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기에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그 적용 대상을 넓게 정하고 있다”고 했다.
ILO가 2019년 채택한 제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Violence and Harassment Convention)’은 제2조에서 적용 대상을 “국내법과 관행이 정의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계약 지위와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 인턴·견습 등 훈련 중인 사람, 고용이 종료된 노무 제공자, 자원봉사자, 구직자 및 지원자, 사용자의 권한과 의무·책임을 행사하는 자 등이 포함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은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프리랜서 등과 같이 노동을 제공함에도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故)오요안나 MBC기상캐스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77862e72-ffef-4136-9244-a312810f7bbe.jpg)
고(故)오요안나 MBC기상캐스터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오요안나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활동하던 중 지난해 9월 갑작스레 2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비보는 같은 해 12월 뒤늦게 전해졌고 당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직장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오요안나 사망 4개월 만인 지난달 31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3일 출범시켰다. 이후 MBC는 유족에게 진상조사위 참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유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가해자들이 부인하고 회사도 사건을 은폐하려는 상황에서 셀프 진상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7일 오요안나씨 사망을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오요안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괴롭힘이 중대할 경우 단 한 차례의 가해 행위에도 처벌이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