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美 80개 품목에 보복관세…트럼프 돈줄부터 때렸다

10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적 후원자들이 운영하는 석탄·석유·자동차 등을 겨냥한 10~15% 보복관세 부과를 단행하면서 제2차 미·중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7일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 중국 국기를 단 컨테이너선이 선적하고 있다. 로이터

10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적 후원자들이 운영하는 석탄·석유·자동차 등을 겨냥한 10~15% 보복관세 부과를 단행하면서 제2차 미·중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7일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 중국 국기를 단 컨테이너선이 선적하고 있다. 로이터

중국이 10일 자정(현지시간)을 기해 미국산 80개 품목에 10~15%의 표적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 4일부터 미국이 중국산 물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이어 미·중이 서로 관세로 압박하는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본격화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제한된 표적 관세가 트럼프의 재정 후원자를 노린 정밀타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9일자 사설을 통해 “중국은 정밀타격의 힘을 관세품목으로 보여줬다”며 “석탄·천연가스·석유·자동차 등의 품목은 트럼프의 선거자금 지원자와 비교적 관계가 깊어 트럼프에게 충격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반격 능력을 보여줘야 트럼프가 괴롭힘을 멈추고 평등한 대화에 참여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4일 미국이 10% 보편 관세 징수를 시작하자 즉각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8개 품목에 15%, 원유·농기계·픽업트럭 등 72개 품목에 10% 관세를 10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1차 반격에서 트럼프의 ‘돈줄’을 겨냥했지만, 미국과 장기전을 대비한 ‘추가 탄약’은 아껴뒀다. 우선 관세 부과 품목을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총액의 약 12%로 제한했다. 담판의 여지를 남기면서 추가 반격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를 지지층에게 타격이 큰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상은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또 워싱턴의 속도전에 베이징은 지연책으로 페이스를 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유예 기간으로 사흘을 제시했다. 당시 협상 카드가 없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항복했지만, 중국은 달랐다.


중국은 트럼프가 10% 관세율로 먼저 중국을 굴복시킨 뒤 점진적으로 관세폭을 인상하려는 의도로 파악했다. 중국이 이런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를 겨냥해 800달러(약 116만원) 이하 중국산 소액 상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취소하며 추가로 압박했다. 

다만 미 기업과 여론의 반발로 이를 취소하는 조령모개(朝令暮改)로 끝났다. 이와 관련, 마웨이(馬偉)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전술은 성문 앞에서 굴복을 강요하는 ‘성하지맹(城下之盟)’을 떠올리게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10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적 후원자들이 운영하는 석탄·석유·자동차 등을 겨냥한 10~15% 보복관세 부과를 단행하면서 제2차 미·중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5일 중국 톈진 빈하이 신구 보세구역 입구 전경. AFP

10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적 후원자들이 운영하는 석탄·석유·자동차 등을 겨냥한 10~15% 보복관세 부과를 단행하면서 제2차 미·중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5일 중국 톈진 빈하이 신구 보세구역 입구 전경. AFP

이에 중국도 미 기업을 겨냥한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지난 4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구글을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혐의로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도 시작했다. 인텔·애플에 대해선 공식 발표 없이 ‘조사설’만 외신에 흘리며 트럼프를 압박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파나마와 대만을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첫 해외 순방국으로 파나마를 찾아 사실상 일대일로(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에서 탈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루비오 장관은 지난 5일 대만 수교국인 도미니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또 다른 ‘민주국가’ 대만과 관계에 감사한다”며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전투로 담판 촉진” 마오의 '양손책략' 부활

전문가 사이에선 중국이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의 책략을 활용해 미국과 2차 무역전쟁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오는 6·25 전쟁 당시 “전투로 담판을 촉진하고, 협상장에서의 기교로 전장에서 시간과 기회를 벌어야 한다”는 이른바 ‘양손 책략(兩手論)’을 주장했다. 1958년엔 미국을 ‘제국주의’라 부르면서 “진짜 호랑이에서 종이 호랑이로 변하는 과정을 촉진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호랑이가 여전히 사람을 물 수 있으니, 호랑이를 때릴 때는 한 번에 한 주먹씩 때리고, 권투 기술에 주의하며, 부주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왕원(王文)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동안 치열한 제재와 반(反)제재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궈자쿤(郭嘉昆)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무역전·관세전은 승자가 없고, 양국 국민의 이익에 손해를 끼친다”라며 “미국은 잘못된 수법을 바로잡고 경제·무역 문제의 정치화·도구화를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양국 정상간 통화 시점과 관련해 “지난 1월 17일 중국은 이미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추가 관세가 아니라 평등하고 상호존중하는 대화와 협상”이라며 화전 양면책과 지연책을 우회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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