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계획보다 덜 걷힌 세금만 87조원…그런데도 20조원 못쓴 이유는

지난해 31조원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덜 걷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났다. 기업 경기가 나빠 법인세 수입이 18조원가량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가 10일 이런 내용의 ‘2024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돈(총세입)과 쓴 돈(총세출)은 각각 535조9000억원, 529조5000억원이었다. 총세입 중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정부가 원래 짰던 예산보다 30조8000억원 적었다. 지난해 발생한 세수 결손(56조4000억원)을 더하면 2년간 87조2000억원이 계획보다 덜 걷혔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24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행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김윤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24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행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지난해 세수 펑크의 주요인은 법인세 감소였다. 법인세는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2023년 기업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면서 지난해 법인세 수입도 전년 대비 17조9000억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수입은 각각 8조5000억원, 1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세금 외 정부 수입을 뜻하는 세외수입이 예산 대비 16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세수 부진을 어느 정도 방어했다.

2021년~2022년에는 가파른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50조~60조원대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지만, 이후 2년간은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오차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문균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추계 과정에 국회·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인공지능(AI) 모델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산상 불용액은 20조1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예산 편성은 했지만 쓰지 못한 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역대 최대였던 2023년 45조7000억원보단 줄었지만 그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국세 수입에 연동된 지방교부금 조정분과 회계와 기금 사이를 오가는 정부 내부 거래 등 불가피한 불용액을 제외한 금액은 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비 불용액(6조8000억원)과 예비비(2조5000억원)가 여기에 속한다. 지난해엔 집중호우·태풍 등 재난·재해 발생이 줄면서 예비비도 덜 썼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올해 국세 수입 예산안은 382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실적보다 45조9000억원 증가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 기업의 2024년 실적이 3분기까지 양호한 편이라 법인세 증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